이제야 학교 꽃밭의 앵두를 따 먹다, 다 익도록 모르고.
산딸기며 오디며 볼똥이며가 익을 때 함께 익는 걸.
벌써 물러터진 게 보이는.
올해도 못 다 먹고 여름을 시작할세.
뽕잎전도 못 부쳐 먹고,
감잎차도 뽕잎차도 덖지 못한 게 여러 해다.
어제 이어 달골에 작은 굴삭기 일 반나절. 보조아저씨도 같이 들어와.
몰아붙이며 일하다.
‘아침뜨樂’으로 진입하는 길 아래 유공관 묻어 원 배수관에 연결하고,
깨진 배수관 파낸 자리에 새 배수관 묻고 땅 고르고,
맨 아래 연못 너무 깊은 수위 낮추고,
계단 앞 정리하고,
물고기 모양 꼬리 지느러미 부분 길 정리와 돌 쌓기.
어렵게 어렵게 마무리하다.
“전국이 다 소나기 내렸다는데...”
비 구경 못했다. 비가 참아줬다, 굴삭기 들어온다고, 일이 될라고.
이제 비님 오시라, 와 주시라!
달골 명상정원 ‘아침뜨樂’ 앞에 매단 현수막,
고리만 있어 바람에 약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만 끊어졌네.
그런데 이쪽을 맞추니 저 쪽이 뚝,
저 쪽을 맞추니 아래가 뚝,
결국 세 군데가 다 끊어져 어쩌나 하는데,
아하, 작은 돌을 끼워 동그랗게 말아 끈을 이으니
꼴은 구김이 생겨 좀 그러했으나 멀쩡히 팽팽하게 붙어있다.
방법을 찾았노라 먼 벗에게 자랑하니,
하하, 흔히 그리한대네.
사람들 생각이 다 그만그만할세.
블루베리 솎아주다.
이리 말하니 꽤 여러 그루 되는 양.
고작 다섯 그루, 그 가운데 둘은 올해 열매를 달지 못하다.
세 그루, 세가 약해 작년에도 세 알만 남겼더랬다.
새 한 알, 사람 한 알, 땅에 한 알.
올해는 그래도 줄기마다 한 알씩 남기니 예닐곱 개도 더 되지 싶다.
귀한 이들에게 보이리.
오후 원석샘과 개집을 만들다.
2003년 가을에 와서 지금까지의 시간을 함께한 장순이네 집이다.
그 집 하나 손수 지어주지 못하다 다 늙어버린 그의 시간 앞에서야
이제 더는 안 되겠다 하고 낸 마음이다.
자재를 새로 살리야 있겠는가... 그렇다.
마침 가마솥방 내부 공사할 때 뜯어냈던 마룻바닥재가 있다.
50년은 족히 됐을.
그 건물 상량하던 해가 대들보에서 읽기로 1968년이었다.
바닥재 가운데 쓸 만한 것들, 그리고 그 가운데 쓸 만한 부분을 살려내고
길이를 맞추고 자르고.
암수 끼워 맞춰놓으니 아, 정말 아이들 소리가 와글와글하는 것만 같은.
아, 좋아라!
이제 벽체와 지붕.
“선생님이 고만 하라 할 때 고만해야지...”
그럴 때 계속해서 사단이 난단다.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내일 계속하기로.
자재 사서 재단하고 만들면 하루도 안 걸릴 일인데,
재료를 찾고 다듬고 자르고, 아무래도 더한 품과 시간이 더는.
그런데 그게 또 의미가 있는 물꼬 삶이려니.
‘아침뜨樂’ 안내판을 몇 곳에 세우다.
이 역시 글씨는 금룡샘이 출력하여 보내준.
작년에도 그랬는데, 올해 역시 현수막이며 시 잔치 준비의 반은 당신이 하셨네.
샘이 물꼬에 머물라치면 일을 아니 해본 사람한테 번번이 일 못 한다 타박한 것들이
새삼 죄송했네.
일이란 게 어디 몸 쓰는 일만 있던가, 여기 일만 해도.
‘아침뜨樂’에 이르는 길이 안내판까지 섰다.
이번 시 잔치가 고래방을 나와 정말 거기서 하게 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