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방이 있으면 답방도 있어야지,
이생진 선생님이 물꼬 시 잔치 오시면
물꼬에서 선생님 시낭송 모임이 있는 인사동으로 걸음을 하고는 했다.
인사동에서 오랫동안 선생님 시를 사랑하는 이들이 모여
달에 한 차례 마지막 쇠날 저녁 시를 읽어왔다.
마침 올 6월은 선생님의 미수잔치를 겸하는 모임.
아리샘 정호샘 세순샘 연규샘과 그의 벗,
그렇게 물꼬 품앗이샘들이 걸음했네.
“건강하시어요, 선생님. 오래 뵙고 싶습니다!”
학산의 진수샘이 소병선샘 편에 선물을 보내왔다.
예년이라면 시 잔치에 실어오셨을 터이다.
해마다 시 잔치에 빠지지 않았던 병선샘과 성순샘 두 분은
라오스로 사진촬영여행을 떠나 함께하지 못했고,
두 분 편에 같이 오던 남진수샘한테
일 많은 철 부담이실까 연락도 못 드렸던.
그런데 두 분 여행 다녀와 물꼬 다니러 가신다는 편에
진수샘은 블루베리와 비트를 한 가득 보내오시다.
두 분은 또 언제나처럼 산골서 귀한 화장지 꾸러미를 싣고.
그런데 남도를 급히 다녀올 일 생겨 마주하진 못했네.
죄송하고, 고맙다.
새벽 창대비 내리는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어제 부음을 받고 선배들이 동행하자 연락하였으나,
그 차편에 가면 걸음도 수월할 것을,
아무래도 일정이 되지 않아 발인 전 빈소를 가느라.
요새는 아이들이 조옴 바쁘던가, 치료수업 시간을 조절하기 어려워.
새벽 4시 물꼬를 떠났다.
가는 길이야 번잡스럽지만 퍼붓는 비는 큰 반가움이었다.
아, 이리 또 적셔지는구나,
측백이며 나무들을 심고 마른하늘이 오래 야속하였으니.
고맙다, 고맙다.
돌아오는 길 진주 들러 시 잔치에서 사회를 보고 간 저온샘한테 인사도 넣고,
함양 상림에 들러 숲을 거닐다 왔다.
일찍이 최치원 선생이 만들었다던가.
진도 운림산방 상록수림이 자연의 거칠고 자연스러운 멋이 한껏이었다면
상림은 다듬은 손길이 또 주는 맛이 있었네.
못을 나와 둑에 번진 연을 몇 뿌리 뽑아도 왔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