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밥상을 물리고 본관 현관 자갈밭에 퍼질러 앉았다.

아, 좋다.

이 산마을에 사는 모든 존재들이 재잘댔다.

저들도 더웠던 게다.

고단했을 하루였던 게다.

그렇다. 여기도 더웠다.

서울은 36도를 넘어 되게 찍었다던가.

밤에도 30도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다고.

그래도 여기는 한낮인데도 본관 복도 마루에 앉으면

그리 시원할 수가 없다.

‘삼각산 올라선들 이여서 시원하며’,

딱 그렇다.

그러다 교무실 책상 앞에 앉으면 으윽...

두어 발만 옴작거려도 땀이 줄줄.

오늘은 예취기를 돌린 뒤라 삶터를 뺏긴 모기들로 더욱 고달팠다.

태우샘 풀을 뽑다 낮 버스로 돌아가고,

연규샘과 소사아저씨가 종일 고생했네.

 

아침을 같이 연 샘들.

야삼경도 지나 잠자리로 가서 깨우지 못하고 안쓰러워 최대한 일을 밀어보기도.

하지만 아침수행 시간은 빠질 수 없었다.

아이들이 오기 머잖은, 그래서 더욱 마음을 가지런히 해야 할.

“오늘은 또 어떤 생각들이 드나들었던가요?”

이심전심이라.

태우샘은 좋아라 한다.

땀이야 흘린 지 오래지만 명상은 4년 만에 물꼬 와서야 한다고.

물꼬 오지 못했던 시간이었다.

좋다.

그렇다.

마치는 종을 치며 미소가 번지는, 아름다움이 번지는, 평화가 번지는 물결이 보이는 듯.

우리가 왜 지금 이곳에 있는가를 되새김질 해보는 해건지기였다.

 

계자 준비위.

달골 마당에 물부터 주고 내려왔다.

교무실 인터넷이 되지 않아 애를 먹기도 하고,

꼭 그렇더라, 일을 이리 막 몰아서 할 때 연장이고 뭐고 그리 되더라,

더구나 무언가를 고치는 게 먼 이곳이라 쉽지 않은,

하여 일의 필요시간을 언제나 예상보다 배를 잡아야 하는.

곧 계자를 위해 들여올 것들의 자리를 확보하느라 부엌곳간을 정리하고,

안과 밖이 연락을 하며 글집 마지막 교정을 본 뒤 최종본을 넘기고,

계자를 올 아이들의 부모님들과 확인 통화로 저녁시간이 흘러갔다.

"자, 이제 그만. 잠을 확보하기로."

자정에는 일을 접었다.

다음 일은 다음 걸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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