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일홍 ]

조회 수 930 추천 수 0 2002.03.22 00:00:00


< 백일홍 >



옥 영 경



에버톤거리 역전 길 건너

쉬었다 가는 작은 광장은

시들려든 팬지꽃이 갈아엎어졌더랬습니다, 지난 봄



...선생님께서 보내신 엽서는 잘 보았구요

저도 지금까지 선생님 생각 많이 했어요



내밀던 떡잎은

백일홍 밭으로 편지처럼 왔습니다



...사실 제 어머니께서 대장암으로 고생하고 계세요

한국에서 항암치료받구요 별로 효과가 없어서 미국으로 가셨어요



백일홍 붉은 꽃에 머물러서야

일렁이는 맘을 안다는 게 늦은 일이지만

다 자라서도 어린 맘을 고스란히 가진 꽃밭 앞에서

아물어서 돌아가는 상처들을 더러 볼 수 있었습니다



...저도 휴스턴으로 가서 어머니를 뵐 거예요

제 어머니를 위해서 기도 많이 해 주세요



백일을 붉은 해 따라 산다지요

사막을 다 지난 대상 무리처럼

죽음과 삶의 격렬함이 그 꽃밭에서 고요가 됨을 읽습니다



...저는 미국에서 2월 말이면 올 거예요

선생님도 한국에 오시면 꼭 연락주세요



열 세살 재신의 편지는

문득 문득 밥알에 섞여 돌이 되기도 합니다

죽든지 살든지 당신 응답일진대

다만 저 이가 견디게 하소서, 강건케 하소서



...언제 한 번 꼭 선생님 찾아갈 께요



(2003.02.오스트레일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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