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1일 흙날 흐리더니 개데요

조회 수 1243 추천 수 0 2005.05.27 01:11:00

5월 21일 흙날 흐리더니 개데요

마을 들머리 서낭당 아래서 간절히 되냈던 바램들처럼
깊이바라보기를 한 다음
소망을 담아 소나무 아래 돌쌓기를 한 '호숫가 나무'였네요.

아이들이 읍내 춤추러 나간 동안
밥알식구들이며 품앗이샘들이
세 다랑이 논 모내기를 시작했습니다.
역시 손모지요.
해거름 읍내서 돌아올 적 건너다보니
윗다랑이 젤 큰 논 절반을 하였기에
아하, 마저 끝내고들 오시겠지 하였는데 소식 없더니만
세상에, 작은 다랑이만 남기고 마저 심고 오셨답디다.
작년에 해본 일이라고 빠르기가 예사롭지 않았다나요.
그 허리들이 어땠을려나...
막노동꾼들의 됫소주와 농사꾼들의 됫막걸리의 힘처럼
그렇게 힘을 차린 '잠시 농꾼'들은 불콰해져서,
구워진 팔뚝으로, 빛나는 얼굴로, 돌아오셨습니다.
가을 햇벼를 이곳에서 얼마나 달게 먹을라나요,
쌀 한 줌 나눠주지 않는 물꼬 논농사에
온 땀 흘려준 손발들,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저녁을 먹고 품앗이 승현샘이
애니메이션 한 편을 강당 벽에 쫘악 내린 크나큰 천에 쏘았지요.
쏟아진 화면에
다문 입을 닫지 못한 아이들은 흠뻑 취했더랍니다.
하기야 무엇이 재미가 없을라나요.
그런데 고단하긴 고단했나 봅디다,
어른들도 영화 한 편 본다고 앞 영화가 끝나길 기다리던 극장은
금새 불이 꺼지고 말았데요.

한 밤 승현샘이랑 기락샘은
계자 앞두고 그림동화 하나를 화면에 옮기는 작업을 했습니다.
가는 봄밤, 아쉬워 아쉬워 커다란 그림동화로 위로할려지요,
낼 모레 하는 백세 번째 계자말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585 6월 11일 흙날 아무 일 없던 듯한 하늘 옥영경 2005-06-17 1290
584 6월 10일 쇠날 비 옥영경 2005-06-12 1278
583 6월 8일 물날 맑음 옥영경 2005-06-12 1100
582 6월 9일 나무날 해거름 좀 흐린 하늘 옥영경 2005-06-12 1426
581 6월 7일 불날 땀 범벅 옥영경 2005-06-09 1359
580 6월 6일 달날 의심없는 여름 옥영경 2005-06-09 1244
579 6월 5일 해날 덥네요 옥영경 2005-06-06 1355
578 6월 4일 흙날 흐리다 개다 옥영경 2005-06-06 1296
577 6월 3일 쇠날 말짱한 하늘 옥영경 2005-06-04 1498
576 6월 2일 나무날 여우비 오락가락 옥영경 2005-06-04 2135
575 6월 1일 물날 흐리다 밤새 대차게 내리는 비 옥영경 2005-06-03 1338
574 5월 30일 달날 맑음, 찔레꽃 방학 중 옥영경 2005-06-03 1290
573 5월 31일 불날 맑음 옥영경 2005-06-03 1378
572 5월 29일 해날 옥영경 2005-06-03 1330
571 103 계자, 5월 29일 해날 짱짱한 날 옥영경 2005-06-03 1406
570 103 계자, 5월 28일 흙날 벌써부터 찌는 옥영경 2005-06-02 1366
569 103 계자, 5월 27일 쇠날 맑음 옥영경 2005-05-29 1433
568 5월 26일 나무날 맑음, 봄학기 끝 옥영경 2005-05-27 1334
567 5월 25일 물날 맑음 옥영경 2005-05-27 1243
566 5월 24일 불날 옷에 튄 물도 금방 마르네요 옥영경 2005-05-27 1362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