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로 향하는 밤, 집요한 비다.
아침절에 밤새 추적이며 내리던 비 멎었더니
다시 밤손님처럼 온다, 꽤 질긴.
이른 아침 빗속을 낫 하나 들고 나가다.
풀섶 헤치며 달골 맨 아래 터, 그러니까 작은 집 하나 지으려는 공간으로.
밤새 궁금했다. 이제 시간이 다가와 집을 스케치 하다가.
비 올 때의 느낌은 또 어찌 다를까, 어떤 방향으로 집을 둬야 할까.
여러 해 전 구들을 놓으시는 한 어르신이 물꼬 집 하나 지어주기로 하며
집짓기교육을 물꼬에서 하기로 했는데,
상황이 여의치 못했다.
어렵게 건축허가는 받아놓고 대지전용 산지전용 기간연장만 여러 번.
포기할까 하다 결국 올 가을 짓기로 했다.
누가 써도 잘 쓰지 않겠는가.
당장은 물꼬stay에 그 쓰임이 크겠다.
원석샘은 여전히 공구들을 물꼬에 두고 떠나고,
읍내 장날이라고 학교 아저씨도 나들이를 갔다.
이웃 절집의 스님이 과일과 떡을 보냈다.
묵은지를 답례로 보낸다.
계속 뭔가 쌓아가는 겉살림에 멕여야 할 사람도 많으니
김치찌개에도 구는 김치가 한정 없다시기.
교무실 청소.
비어있던 시간 오래기도 했고,
먼저 해야 할 공간 청소에서 늘 밀리기 마련인.
한켠은 한 철의 옷이 옷장처럼 쌓였고.
여름과 겨울 계자며 그 앞뒤 주간엔 교무실에서 잔다.
한 살림하는 공간이라.
정성껏 구석구석 먼지를 턴다.
댓 시간.
이런 것도 보람이라는 게 된다.
사람이 그렇다.
대단한 일이 아니더라도, 작은 일로도 순간순간 살아가는 용기 비슷한 게 되는.
좋다. 떨어지는 낙엽 하나 ‘가만히 바라보는’ 것 같은 잔잔한 평안이 깃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