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을 갔다 돌아가는 길도 또한 멀다.

한 대안학교의 계절학교에 손을 보태고

지리산이 끝나는 도시의 벗네를 들렀다.

비운 시간동안 학교에서는 연일 예취기를 돌리거나 풀을 뽑거나

혹은 밭을 돌보거나.

김소장님 다녀가셨다. 마당가에서 고기도 구웠던 밤이더란다.

된장집 언덕에 심은 삼을 돌보러.


모기!

모기, 그것도 번들번들하고 까만 작디작은 산모기의 시절이다.

일 하는 어느 틈에 뭔가 스친다.

앗, 그다.

일어나 그를 좇는다.

그러다 그만 놓친다.

괜스레 팔을 흔들며 이리저리 휘저어본다.

다시 일을 한다.

앗, 그다.

이번에는 놓치지 않으려 가만가만 좇지만

빛에 무늬에, 다른 사물들이 가진 색깔에 눈이 허얘져서

그만 또 간 곳 모른다.

다시 일을 잡는다.

소리가 귀를 스친다.

그다!

일어나 그를 좇는다.

하지만 그는 어디에도 머물지 않는다.

간간이 몸이 스친 자위로 팔이며 달이며 목이며 긁다가 서서히 화가 인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이러한 사람의 입장만 어디 있겠는지.

할 말 있을 모기일 테다.

당신이 화를 내라고 의도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당신은 세찬 눈길로 나를 본다.

안간힘을 쓰며 난다.

방향을 이리저리 바꾸며 난다.

나도 내 길을 모른다.

다만 움직이는 것만이 살 길임을 알 뿐이다.

나는 누구도 해하려하지 않았다.

소리 없이 다가가고 싶었으나 내 날갯짓은 소리를 달고 있다.

삶에 떼어낼 수 있는 것들을 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살금거리는 발소리를 죽이고 싶은 도둑처럼.

때로 날개를 떼고 싶지만, 그것으로 내가 또 살 수 있는 걸.

나는 해하려는 마음을 가진 게 아니다.

충실하게 뜨겁게 내 삶을 살았을 뿐이다.

난다.

그 끝은 모르는 일.

다만 사는 것, 살아가는 것.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1986 2017. 7. 7~11.쇠~불날. 볕과 비와 / 지리산 언저리 1-사람 옥영경 2017-08-02 1050
1985 2017. 7. 7~11.쇠~불날. 볕과 비와 / 지리산 언저리 2-노래 셋 옥영경 2017-08-02 904
1984 2017. 7.12~13.물~나무날. 습이 묻은 해 옥영경 2017-08-04 863
1983 7월 ‘어른의 학교’ 여는 날, 2017. 7.14.쇠날. 저녁 빗방울 / 미리와 미처 사이 옥영경 2017-08-04 895
1982 7월 ‘어른의 학교’ 이튿날, 2017. 7.15.흙날. 오다 긋다 오다, 비 / "애썼어, 당신" 옥영경 2017-08-04 955
1981 [고침] 7월 ‘어른의 학교’ 닫는 날, 2017. 7.16.해날. 흐림 옥영경 2017-08-04 912
1980 7월 어른의 학교;물꼬 stay(7.14~16) 갈무리글 옥영경 2017-08-04 927
1979 2017. 7.17.달날. 비 / 방송국 강연과 옥영경 2017-08-30 845
1978 2017. 7.18.불날. 갬, 폭염 / 흙집 보수공사와 지붕교체 시작 옥영경 2017-08-30 1195
1977 2017. 7.19.물날. 잠깐 볕 옥영경 2017-08-30 911
1976 2017. 7.20.나무날. 쨍쨍, 그러나 말랐다고 못할. 폭염 옥영경 2017-08-30 853
1975 2017. 7.21~22.쇠~흙날. 폭염 뒤 구름으로 잠시 숨통 옥영경 2017-08-30 899
1974 2017. 7.23~ 8. 6.해~해날. 비 한 방울도 없던 맑음 / 우즈베키스탄에서 옥영경 2017-08-30 938
1973 2017. 8. 7.달날. 맑음 옥영경 2017-09-01 854
1972 2017. 8. 8.불날. 빗방울 떨어지는 밤 옥영경 2017-09-01 907
1971 2017. 8. 9.물날. 밤, 집요한 비 옥영경 2017-09-01 870
1970 2017. 8.10~12.나무~흙날. 개고, 맑고, 구름 옥영경 2017-09-01 931
1969 2017. 8.13~19.해~흙. 비 오는 날도 있었고 / 한 대안학교에서 보낸 계절학교 옥영경 2017-09-01 1000
» 2017. 8.20.달날. 소나기와 소나기 사이 옥영경 2017-09-27 873
1967 2017. 8.21.달날. 비와 비 사이 옥영경 2017-09-27 794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