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아침이 걸어오는 시간, 05:30
사이집 마당에서 내려다보는 마을 큰길에
이 시간 끝마을 돌고개로 올라가는 차가 있었다.
왜, 어디로 가는 걸까...
저녁 8시 35분쯤이었을 것이다.
학교 마당에 있었다.
어떤 힘이 머리를 하늘로 들게 했다.
그때 아주 커다란 섬광이, 혹 비행기가 하늘에서 공중분해 되는 순간 아닌가 의심할 만치,
불꽃이 타올랐고 하늘 너머로 사라지면서 시커먼 연기를 만들었다.
다른 때에 보았던 길게 꼬리를 남기며 사라지던 것들과 달랐지만
저 우주 너머로 사라진 별똥별이라고밖에 해석할 수 없었다.
귀한 일이었다.
밤 9시 35분 전후 동쪽 산 그림자 위로 달이 오르고 있었다.
아쉬운 걸음을 서른 걸음쯤 떼었을 시간,
벗에게 너를 응원한다고 짧은 통화를 하는 동안의 시간,
아마도 담배 한 개비쯤을 피울 시간,
달 윗면이 산 군락의 끝선과 만난 지점에서 하늘로 모습을 다 보인,
그러니까 달 아랫면이 역시 산 군락의 끝선에 이른 시간은 그랬다.
해 하나 받아내는 일이, 달 하나 받아내는 일이
대단한 경험으로 오는 날이 있다.
우주의 일이 궁금할 땐 많은 일이 사소한 것이 된다.
늦은 오후에는 아침뜨락에 있었다.
한쪽에 바삐 치워져 있던 물호스를 정리했다.
어느 때고 바로 빼서 아가미길에 심은 광나무에 물을 줄 양으로
엉키지 않게 치워둔 것인데
그러고 비가 내렸더랬다.
그 상태로 가을 앞에 이르렀다.
가지런히 말아둔다.
달못 아래 대나무 수로는, 수량이 한결 같지 않아
더러 말라있을 때가 있고
그마저도 멧돼지가 뛰어다니고 나면 널부러진다.
그걸 수습해서 대나무바닥에 깔린 물이끼며를 씻어냈다.
두어 곳 풀을 좀 맸고,
표도 안 나는 일이지만,
풀씨가 떨어져 땅에서 겨울을 나고 차고 오를 걸 생각한다면
오늘 그 풀 두어 뭉치가 트럭 한 대분의 풀은 될 것이었다.
이 가을 풀 섶에서의 최대 과제는 풀씨를 땅에 흘리지 않는 것.
모발폰으로 한 작가의 글을 읽는데,
깜짝이야!
내가 쓴 <내 삶은 내가 살게 네 삶은 네가 살아> 책 광고가 나오는 거다.
바이럴 광고라네.
자기 폰의 사용기록을 근거로 팝업광고가 추천됨. 일종의 인공지능이랄까?
건강보조식품이 왔다.
때때마다 챙기는 벗이 보냈다.
이제 그런 것의 도움을 받는 우리 연배들이다.
'하루'를 또 살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