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인데/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시를 낭송해 드렸네; 조지훈의 승무.

스님 한 분의 바라춤을 본 뒤였네.

며칠 전 담이 와서 고생을 한다시기

어깨를 만져드리며 춤을 본 소감을 시로 대신하였네.

 

오늘 낮밥은 잔치에 가서 먹었다.

몇 되지 않는 빈들 식구들이라 아침 수행을 끝내고 차로 이동하다.

마을 아래 절집에서 입상 하나 들어앉힌 점안식이 있었다.

언덕의 불상에서부터 아래로 길게 오색실을 늘여

테이프 커팅식처럼 사람들이 나래비로 서서 잡고 가위로 잘랐는데,

일종의 행운의 실이라며 주머니에 넣어 다닌다지.

앉아서 그걸 할머니 한 분께 팔찌로 엮어드리고 있으니

너도나도 가르쳐달라 하기 야외용 테이블을 중심으로 팔찌 엮기 깜짝 강좌가 열린.

 

한 사람이 다가왔다.

내 책을 잘 읽었다 한다; 올해 펴낸 교육에세이 <내 삶은 내가 살게...>.

딸이 둘 있는데,

정작 아이들을 위한 책이었다기보다 자신에게 생각하게 한 바가 많았다고.

많이 울었다지.

언니가 아침에 춥다고 사오라고 해서...”

날이 매우 찬 아침이어 절에 일하러 먼저 모인 여자 분들이(보살이라 부르데)

뒤에 오는 이에게 속바지를 사오라 한 모양.

하나가 남았다고, 이 골짝에서 더 유용하겠다고 전해도 주더라.

이러저러 고마웠네.

 

오후에는 아침뜨락에서 벽돌 길을 만들어나갔다.

몇이 어제에 이어하고 있는 작업.

아침뜨락은 그렇게 손이 될 때마다, 들어오는 이들이 있으면 더 반가울,

생각했던 것들을 하나씩 채워간다.

이게 참 신난다. 대단한 무엇이 아니어도 충분히 즐겁다.

사람 손이 붙으면 일이 쑥쑥 진행되니 더 신나지.

낮밥을 먹고 바로 떠나려던 사람들이 차를 마시며 주춤거리다

명상정원에 다시 들어 4시에야 떠났다.

벌써 해지는 달골이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5226 2011. 5.12.나무날. 빗방울, 황사, 바람 / 밤낚시 옥영경 2011-05-23 1277
5225 2010.12.22.물날. 맑음 / 동지 옥영경 2011-01-01 1277
5224 135 계자 닷샛날, 2010. 1. 7.나무날. 바람 / 다람길 옥영경 2010-01-12 1277
5223 2008. 8.28.나무날. 맑음 옥영경 2008-09-15 1277
5222 2007. 5.12.흙날. 회색 하늘 옥영경 2007-05-21 1277
5221 113 계자 닫는 날, 2006.8.26.흙날.맑음 옥영경 2006-09-13 1277
5220 2005.10.27.나무날.맑음 / 과학공원 옥영경 2005-11-01 1277
5219 1월 27일, 가래떡과 감귤 옥영경 2005-01-31 1277
5218 10월 19일 불날 맑음 옥영경 2004-10-28 1277
5217 9월 4-5일, < 포도요, 포도! > 옥영경 2004-09-16 1277
5216 2015. 8.13.나무날. 소나기 지나고 옥영경 2015-09-03 1276
5215 2012.11.27.불날. 맑음 옥영경 2012-12-10 1276
5214 2011년 11월 빈들모임 갈무리글 옥영경 2011-12-05 1276
5213 2010. 5. 5.물날. 밤 비 / 사과잼 옥영경 2010-05-23 1276
5212 2007.10.22.달날. 맑음 옥영경 2007-10-29 1276
5211 2006.12.25.달날. 맑음 옥영경 2006-12-26 1276
5210 2006.12.18.달날. 갬 옥영경 2006-12-25 1276
5209 2005.11.2.물날.맑음 / 밥상 옥영경 2005-11-04 1276
5208 2012 여름 청소년 계자 여는 날, 2012. 7.21.흙날. 갬 옥영경 2012-07-28 1275
5207 2012. 4.17.불날. 맑음 옥영경 2012-04-23 1275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