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으로 여는 아침!
생이 그럭저럭 괜찮다고 느껴지는 순간이다.
대처 나가있는 식구들이 휴일이라고 모여
아침뜨락을 걸었고, 강아지 습이들과 동행했다.
아직 이해하건 못하건 나는 습이네들에게 내 말만 하고 있었다,
뭐 꼭 말 못하는 아가에게 하듯.
손을 내밀며 ‘손!’하면 앞 두 발을 내게 올린다.
그게 그 말인 줄 안다기보다 분위기상 그래야 될 것 같다 여기는 눈치.
‘앉아!’하며 억지로 주저앉힌다.
‘예쁜짓!’, 이 역시 힘을 써서 주저앉히다시피 뒤집어 간지럼을 태운다.
‘가자!’, ‘아침뜨락으로!’, ‘집으로’ 를 습이네들이 이해한다고 생각하고픈 .
이런 것으로도 이 멧골은 재미지다.
물꼬의 살림살이들은 퍽 낡았다.
이불은, 계자를 위한 이불 일부는 1997년 산 것이다.
무려 20년이 넘어 된. 그때 좀 좋은 걸 사기는 했다.
어떤 건 아궁이에 불 때는 사택 구들장에서 탄 부분도 있고,
또 어떤 건 포도즙을 먹다 쏟아 물이 든 것하며
너무 오래 되어 지워지지 않는 얼룩들도 적지 않다.
그래도 여전히 멀쩡해서 버리지 못하는.
오래 되면 낡아서 공기층이 얇아지기도 하련만 아직은 괜찮은.
입성도 그렇다.
옷들이 20년 된 건 예사이다. 하기야 어떤 가정인들 그렇지 않을까.
낡아도 저가 특별히 잘 입는 옷들이 있지 않나.
장에서 산 싼 값의 치마, 그것도 집안 어르신이 너 좋아하겠다며 사다 준,
15년을 입는 동안, 그것도 가을부터 봄까지 입는 치마 둘 중의 하나인 보라색 주름치마는
허리 고무줄이 늘어질 대로 늘어져서 자꾸 질질 내려왔더랬다.
어제는 재봉틀을 꺼내 고무줄을 갈 참인데,
고무줄 상자로 가니 넓은 고무줄이 딱딱해져있는.
시간이 또 그리 흘렀다.
인근 도시에 다녀오며 그냥 수선집을 들렀더니
와! 만 원이라고 했다.
만 원에 산 옷을 삼 만원에 수선해서 입기도 한다더니 정말...
하기야 해 보면 또 그 노고를 안다.
허리 전체로 바늘땀을 다 따내고 다시 박아야 하는.
“싸게 해줄게요. 그냥 하셔!”
여러 날 틈틈이 만들었던 사이집 타일 식탁을 오늘은 제자리로 밀어 넣었다.
뿌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