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린다.
아침나절 잠시 해를 보이긴 했으나
계속 나린다. 어제 늦은 아침부터 내렸다.
눈 쓸다.
달골에서 습이네들 데리고 산책을 나서는데,
엇! 누군가, 저네들은.
남자 장정 셋 빗자루를 들고 달골 길을 내려가고 있다.
눈이 쓸려 있다, 깔끄막 끄트머리만 살짝 빼고.
그 말은 거기까지 차가 올 거라는 얘기다. 누가? 왜?
짐작컨대 산판 관련이 젤 유력하다.
달골 계곡 언저리 산에 산판을 했더랬고,
지난겨울 초입 달골에 낯선 차가 왔다가 다른 구역도 산판을 하게 될 거란 말을 흘리고 갔다.
곧 일을 할 모양이다.
며칠새 그럴 게 아니라면 눈을 치울리야 없지 않을까.
음, 만약 그렇다면 겨우 차 한 대 다닐 수 있는 이 길에 우리 차도 어려움이 클 테지...
눈을 쓸다.
햇발동에 이르는 얼마쯤, 사이집에 이르는 얼마쯤,
대문 앞 얼마쯤, 그리고 차가 뒤집어쓴 눈을 쓸어주다.
그 위로 종일 또 눈이 날리고,
얼면 큰일이라 저녁답에 깔끄막을 또 쓸다.
천천히 주말에 있을 어른의 학교를 위해 햇발동과 창고동 초벌 청소를 하다.
와! 곧 내놓을 트레킹 책에 엄홍길 대장님이 표지에 몇 글자 추천사를 써주기로 하심.
다 저녁에 들어온 전화에 크게 소리를 질러
밖에서 습이네들이 짖었다, 큰일이 났나 하고. 어쩌면 주인을 지키겠다고.
폴짝폴짝 뛰었네. 습이들 말고 나.
2014년 11월 네팔 카트만두 북한 식당 언저리에서 뵈었더라지.
추천사를 부탁한 마지막 한 사람(셋 가운데 하나)에게 다시 메일을 보내다.
이름값을 나눠줄 수 있으신가,
그 방법으로 책 표지에 실을 추천글 두어 줄 써주실 수 있는가 여쭈었더랬다.
세상 일이 돌고 돈다.
수년 전 한 어른이 책을 내면서 내게 추천사를 부탁해온 일이 있었다.
못했다.
사실 쌓인 일들 때문만은 아니었다.
글에 동의하지 못했던 부분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게 뭐라고, 마음을 더 냈어야 했다고 두고두고 미안해하고 있다.
무식한 울 어머니 늘 말씀하셨더랬다.
샘에 함부로 침 뱉지 마라,
그 물 먹을 일 없을 줄 알지만 세상일을 어찌 알겠느냐고.
그에게 글월을 보내고 기다리는 이 마음이
그때 그 어른의 마음이었겠구나 새삼 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