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시한이 19일까지 2주 연장되었다.

하지만 이 멧골에서는 코로나19가 여전히 아주 먼 곳의 이야기.

 

오늘은 아침뜨락의 미궁에 마련하고 있는 대나무명상처를 마저 만들어야지,

하고 오른 달골이었다.

주말이라 대처 식구들도 와 함께 갔다.

어제 심은 사과나무를 좀 들여다봐야지,

어차피 농기구 컨테이너를 가자면 지나는 곳이었다.

고르지 못한 사과나무 둘레며, 한 귀퉁이에 쓰레기처럼 쌓인 흙더미와 돌무데기,

그것부터 치우기로 한다.

제법 긴 시간이 흘렀다.

괭이질 삽질이니 힘도 그만큼 들고.

곁의 땅을 패서 죄 골랐다.

퍽 다듬어져서야 창고동 앞으로 발들을 옮겼네.

달골로 들어서며 겨울의 마른풀을 아직 정리하지 못한 그곳이 눈에 밟혔던 것.

여럿 있을 때 하자 하고 뎀벼서 마른 낙엽이며 긁다.

햇발동 앞 솔라등 아래 수선화 셋도 파서 옮겨주었다.

등 아래 잠을 못잘 그들이라.

, 바위 축대 앞 수로를 치고 쌓여있던 흙도 그대로네.

그 흙으로 패인 곳 메우고, 돌들을 골라 개울 쪽 언덕으로 보내고.

저녁이 금세 내리고 미궁은 고사하고 아침뜨락으로 들어가 보지도 못한 채

이미 녹초가 된 모두였다.

역시 물꼬는 (목적한 곳으로)가는 길이 멀어!”

그 일이 꼭 먼저여야 한다면 그랬겠지만

가는 길에 놓인 일들, 먼저 닿은 일들을 하는 것도 지혜인

넓은 공간의 이곳이라...

, 나중에 한다는 것은 때로 안 하겠다는 말과 동일한 곳이기도 해서

보이는 일을 자주 먼저 하는 이곳 일의 방식.

해서 오늘도 오늘의 일을 잘하였더라.

 

밤에는 특수학급에 나설 준비.

의사소통장애와 지적장애 아동들 기록을 살피고,

개론서를 다시 훑고,

우리 학급은 아니지만 본교에 새로 들어온다는 자폐아를 위해

자폐경향성에 대해 메모해두었던 것들을 꺼내 읽다.

, 아이들을 만나러 가는 길의 설렘,

긴 겨울 끝에 봄의 들길에서 만나는 반가운 들꽃들이 또한 그들일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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