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또개 널린 길.
저녁답에 돌아온 물꼬 마당도 그러했더라.
08:45 반짝교무회의.
마침 놀이터에서 1학년 아이들과 놀고 있었더랬다.
1학년 자폐아는 늘 누군가는 지켜보아야 하는.
우리 학급은 본교와 분교 특수교사가 둘 같이 있으니
굳이 내가 안 가도 되겠는.
그네도 타고 정글짐도 오르고 모래놀이도 하는 아이들에게
두루 시선을 나눈다 나눴는데,
모래놀이 하던 윤전이와 미아가 저기서 소리친다.
“옥샘, 우리는 왜 안 봐줘요?”
그나저나 교무회의는 또 뭐지?
이 시간 교무회의는 거의 없는 일.
요새는 교사들이 출근도 제 교실로, 퇴근도 제 교실에서 하는 날이 많은 제도학교라
교무회의래야 드문.
그런데, 이 아침부터?
알고 보니 어제 찻자리에서 조율했던 사안을
의논이라기보다 교장샘이 정리해서 전달한 자리였다고.
등교 발열체크의 효율적인 과정이 그리 정리되었더라.
숲교실에서는 참나무 잎들과 둥굴레 열매와 자리공 열매가 함께했다.
오후 찻자리에는 여교사 한 분이 내 책을 들고 사인을 받으러 왔더랬는데,
늦게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는 동안 당신 자신이 없더라는 한탄과
동료들과의 사이에서 받은 상처를 고백했다.
따뜻한 차가 위로이기를,
그저 앞에서 듣고 있음이 위안이기를.
꼭 뭘 해결해주어야 하나, 그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결국 당신 자신이 길을 알지라.
장마로 습하자 제도학교 여기저기 벌레들이 줄이 이었다.
복도에도 교실에도. 화장실은 더 심하고.
학교랑 멀지않은 사택도 다르지 않다.
여러 날 퇴근해서 사택 들어설 때마다
십여 마리 이상의 꼼지락벌레(노랭이?)를 대항하느라 사택관리에 어려움이 있는 바
학교 방충방역 시 사택도 포함시켜 달라 해야 할세.
오늘은 물꼬로 넘어오는 저녁이지만
달날이면 또 사택으로 들어가야 하니.
오늘도 아들이 제도학교로 와 동행하여 물꼬로 동행한 쇠날 퇴근길.
하다샘과 기락샘과 준한샘과 학교아저씨와 저녁밥상에 앉다.
달골은 주중에 창고동 앞의 요정 셋이 지켰다; 은동이 금동이 끝동이.
요정의 나라 같이 달골은 시간이 없다고들, 시간을 모르겠다고들.
달골은 꼭 다른 세계 같은 느낌을 주고는 한다.
이곳은 훗날 물꼬의 거점이 될 게다.
아래는 낡은 학교를 임대해서 쓰기 20년이 넘어 되었다.
오래된 살림을 건사하는 일이 쉽지 않았고,
요 몇 해 계속 달골로 살림을 합치는 길을 모색 중.
물꼬에 왔으니 물꼬 일들에 집중하는 주말이라.
9월에 있을 한 중학교의 전교생 대상 예술명상 수업을 어찌할까 논의 중.
가을학기 중 두 달 동안 수업을 가느냐,
물꼬로 아이들이 와서 집중해서 나흘에 걸쳐 내리 하느냐.
아이들이 오는 상황이라면
온라인대학들이라 하다샘도 붙을 수 있겠다고도.
혼자 점주샘을 염두에 두다. 친구 잘 못 둔(그가) 죄로다가. 물어봐야겠네.
가마솥방에는 선정샘이 보낸 종합선물세트가 와 있었다.
물꼬에 두루 필요한 문구들이 어쩜 그리 살뜰히 살뜰히 담겨있던지.
- 이 종합선물세트는 뭐임:)
와, 진짜 종합선물이어요~
- 그 정돈 아니지만
연어의 날 가기 전부터 생각햇던 것도 있긴 했어요.
나는 자주 그로부터 마음씀을 배운다.
물꼬는 그런 사람들이 많기도 하다.
그래서 내가 나아진다고 느끼는 곳이 된다.
물꼬, 참 좋다!
늦게, 녹색평론 발행인 김종철 선생 작고 소식을 듣다; 지난 달 25일.
몇 해 전(2016년이었네) 신영복 선생을 보냈고, 이어.
바라보고 걷던 스승을 또 한 분 보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