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 흐린 하늘로 가끔 해가 나왔다.
푹했다.
오늘은 가깝지 않은 곳에서 사람들 몇과 만났다.
오십사 하지 나가지 않으려는 겨울90일수행 기간,
게다 특히 요새는 밖으로 움직임을 덜하려는 때.
아, 코로나19 때문이 아니라 멧골로 더 안으로 안으로 들어오려는.
강의 역시 나가기보다 사람들이 들어와 들으라고 하는.
그런데 오늘은 마침 그 도시에 가야만, 보고 확인해야 하는 물건이 있었다.
아무리 온라인으로 잘 돌아가도 그런 물건 하나쯤은 있더라.
물꼬 아침뜨락에 필요한 것이었는데, 통 가늠이 안 되는 거라.
눈으로 보기로 했다.
덕분에 사람들 몇과 둘러앉았던.
공교육에 있거나 대안교육에 있거나 부모이거나 교사이거나.
기간제로 일하는 이도 있었다.
교육은 아이들 처지에서의 이야기만도 넘치는데
사는 일이 참... 각 우리 어른들이 처한 입장이 또 있다.
밥그릇 싸움이라고만 말 못하는.
처처마다 있는 사정이 있으니.
어쨌건 결론은 우리가 아이들을 향해 있어야 한다는 것.
교육은 그들을 놓고 하는 일임!
동행했던 물꼬 바깥 식구 하나에게 식사를 대접하다.
차려 대접하는 게 일이지 돈으로 하는 일이야 무에 어렵겠는가.
늘 한 집안의 가장으로 어느 한 순간도 밥벌이를 벗지 못하는,
그가 움직이지 않으면 돈 한 푼을 집으로 들일 수 없는,
그래서 어린 나이부터 고달팠던 그의 생을 위하여
오늘 만큼은 움직일 때 그가 쓰는 돈 없이 지낼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선물을 하나 챙기는 것까지 하더라도 그리 큰돈이 아니었던.
물꼬에서 그가 나눈 것으로 따지자면 그야말로 새 발의 피.
서로 고마워한 마음이더라.
샘들로 돌아가는 물꼬라.
그 마음을 갚는 것도 물꼬의 책무라. 무거움으로서가 염치로서.
사랑한다, 벗들이여, 동지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