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대로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일이 여럿이다.
어렵다는 뜻은 아니다.
그저, 그렇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
2월에 제주나 남해에서 달포를 지내는 일정이 있었다.
어디를 선택해도 되는 일이었지만 따뜻한 곳이라면 더욱 반가울 거였다.
2월 어른의 학교 일정에 맞춰 한 이틀 전에 물꼬로 들어오면 되었다.
책을 하나 계약해 놓고 손도 못 대고 있었는데
잘 됐구나, 그때 딱 집중해서 쓰면 되겠네 했다.
하지만 일정은 3월로 연기되었다.
그렇게 되니 집을 떠나 있을 자유로움 대신 안아야 할 번거로움이
더 번잡하게 느껴졌다.
뭐 굳이 멀리 가나,
그 비용으로 대해리와 대처 식구들 집을 주에 절반씩 오가며 먹는 거나 실하게 먹자 했다.
대략 그런 일정으로 돌아갈 3월이겠다.
달마다 셋째 주말의 물꼬stay(물꼬 주말수행)도 넷째 주말의 빈들모임도
없는 3월이다.
원고를 좀 쓰려니 하는데...
의대를 다니는 아들이 5학년으로 이번 학기는 병원실습 중.
그 왜 담당의가 회진 돌면 죽 늘어서서 갈 때
맨 꼬래비로 따라다니는 그들 가운데 하나이다.
그런데 오늘은 담당의가 학회를 가주신 덕에 하루 짬을 얻어
둘이서 종일 수다 떨고 먹고 청소하고,
그러다 밤이 되고 또 놀고,
한켠에는 원고에 대한 부담을 안고 그 부담으로 더 놀고,
그러다 그러다 그만 아침이 되어버렸네...
이런 날도 있다, 하하.
대해리마저도 미세먼지로 뿌연 하늘.
학교아저씨는 잠시 잠시 나가 운동장 남쪽 도랑을 쳤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