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갰다.
미세먼지 씻겨갈 비였겠는데, 여전히 뿌연 하늘.
코로나19가 조금 세가 약해지면서 중국의 공장들이 다시 도는가.
전 세계의 경기는 다시 일어서고 있었다.
계곡을 따라 대해리로 들어오는 길가에 청매들이 푸르렀다.
멧골도 청매들이 반겼다.
물꼬에서는 수선화가 맞았다.
갈 때는 툭툭 여기저기더니 아주 다 피었다.
차 소리를 듣고 벌써 짖는 가습이 제습이었다.
얼마나들 답답했을까.
내내 묶여만 있었을 것이다.
학교아저씨가 챙겨 하신다면 모를까, 그런 일까지 하십사는 못하겠더라.
집을 며칠 비운 자리는 어쩜 그리 먼지들이 더 잘 아는지.
깃들자면 또 청소.
가마솥방 청소를 하고 낮밥상을 차렸다.
도시 아파트의 옹색한 부엌에서 밥을 준비하다
너른 물꼬 부엌으로 오니 시원시원하다.
동선이 길어 힘들겠다 해도.
워낙 큰 살림이라 모자라는 그릇 혹은 도구가 드문.
달골 올라 햇발동 바람 한번 넣어주고,
아침뜨락에 들어 두루 살피다.
무너진 곳이 있을까 걱정할 공간은 아니고
그저 풀, 풀, 풀을 보았다.
사이집에 들어서도 청소.
샤워커튼도 끌어내려 아랫단을 솔로 비비고, 물방울 얼룩진 욕실 벽도 닦아내고.
세면대 타일 줄눈제가 여러 차례 내려앉은 부분이 있어
대처 나가기 전 덧발라 놓고 갔더랬다. 넘쳤던 것들 긁어내다.
달골을 지키는 지붕을 벗어난 인형들 다섯,
씻기고 말리고 라카를 뿌리고 그 상태로 늘여놓고 갔던 걸음이었다.
대문 가까운 창고동 꽃밭에 은동 금동 끝동이를 다시 놓아주고,
난나와 티쭈는 아침뜨락 수로가 지나는 곳 뽕나무 아래 다시 자리 잡았다.
빗물에 튄 흙이 둘의 발을 더럽혀놓기에
공사용 보온재 천으로 깔개 삼고,
자꾸 넘어지기도 하는 둘이라 나뭇가지로 꼬챙이를 만들어 지줏대로 앞뒤로 꽂아주었다.
아침뜨락 들머리는 바람에 부러져 내린 감나무 마른 가지들이 수북했다.
치웠다.
성황당처럼 선 감나무인데 나이 많아 갈수록 부실하기에
오늘은 나오기 전 음식찌꺼기를 발효시킨 거름을 한 통 부어주었다.
몸이 재는 걸 보니 물꼬에 돌아왔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