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0.31.달날.맑은가 자꾸 의심하는 / 몽실이, 아이들을 키운다

맑은가 의심해야하는 맑음이면 겨울 하늘이지요,
겨울 같은 가을 아침입니다.
서울 다녀오니
큰 마당가로 온통 나뭇잎이 내려앉아 갖가지무늬의 장판이 되었습니다.
비 든 날과 날 사이를 경계로 계절이 성큼 건너뜁니다, 가을이 깊습니다.
아이들이 저들끼리 아침 뜀박질을 한다 합니다.
산골을 벗어나 며칠 움직이다 오면
세상의 피로가 덕지덕지 소의 엉덩짝에 붙었던 거름딱지처럼 앉아
온몸이 퍽퍽 가루로 부서져 버리겠는 아침이지요.

함께 읽어온 책 하나를 기록으로 남기는 우리말우리글 시간입니다.
시대배경이며 주인공의 세월을 따져도 보고
등장하는 인물들을 통해 사람이 가진 여러 면을 살펴도 보고
그들이 하는 말을 통해 그가 지닌 가치관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그런 인물을 우리 둘레에서 찾아도 보고...
'몽실'이 우리 아이들의 삶에 미친 영향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날적이(일기)에 나오는 그의 이름은
아이들의 마음을 튼튼하게 하는 좋은 친구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울지 않겠다 합니다, 쉬 울지 않겠다 합니다.
'잔디숲 속의 이쁜이'가 우리에게 깨쳐주었던 자유처럼
몽실의 따뜻하고 강건한 삶이 아이들을 흔든 뒤 곧추세우게 하고 있답니다.

밀농사 시기를 그만 놓쳐 종자는 밥에 들어가게 생겼습니다,
닥친 일이 늘 넘치는 이곳인지라.
농사부에선 달골 공사현장에서 나오는 나무들을 땔감으로 실어내리고
고철도 모아 내려온 뒤
오후엔 아이들 앞세우고 은행을 주웠지요.
처음처럼, 마치 한 차례도 주운 적이 없는 듯이 은행알은 내리고 또 내립니다.
이 경이로움들은 고스란히 신의 존재를 증명하고는 하지요.

종일 서류 하나를 쥐고 있다가
10월 31일 자정이 마감이라는 시간에 겨우 맞춰 메일을 보내고 잠시 숨을 돌립니다.
학교 하나를 가려 뽑아 해마다 얼마씩을 3년 동안 도와주는 사업인데,
코앞에 와야 일이 됩니다려.
하지만 내내 머리 안에서 하던 일이라
또 그리 억지스럽고 뒤틀리는 일은 아닙니다려.
결국 물꼬식(?)으로 쓰는 거지요, 뭐.
100여 군데는 신청을 할듯하여 얼마나 승산이 있을까 심란하다가,
괜히 사업을 주관하는 그들은 보석을 가져낼 능력이 있는가 흘겨도 보다가,
그래도 늘처럼 '하면서 힘을 낸다!'며 애를 썼더랍니다.
아이들이 마음 모아줄 것이니(이러니 무슨 종교 아니냔 소릴 듣지...) 해보는 게지요,
다만 할 바를 다 해보는 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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