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춥고, 오늘은 더웠다.
오전에는 햇발동 앞 풀매기를 계속했다.
원고 수정으로 잡은 기간인데
이렇게 책상 앞에 앉아야 하는 일이 있을 때라면
더욱 몸을 쓰는 일정 정도의 시간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뭐 좀 조화로운 것 같아서.
아침뜨락을 들었다가 미궁에서 밥못 오르는 길 풀도 뽑다.
명상정원에 드는 대부분의 시간이 곧장 걷는 일만 없다.
잠시 하자 싶지만 잡으면 또 한두 시간이 훌쩍이다.
느티나무 삼거리의 장승 앞으로 기왓장 몇 장 얻어다 둔 곳에
흙을 넣고 다육이도 옮겼다.
아래 학교에서는 학교아저씨가 운동장 둘레 풀을 정리했다.
내일은 예취기를 돌리실 거라지.
간병휴직을 신청하여 3년째 남도의 한 도시에 머물고 있는 교사가
안부를 물어왔다.
새내기 교사였던 그가 어느새 혼인도 하고 아이도 낳고,
그 아이가 계자를 오고 있다.
남편의 일터 가까이 이사를 하고,
‘도시에 살다보니 집이며 차며 아이교육이며 여러 가지 신경쓸 일이 많다’고,
‘영동이 그립다’고,
이사를 하고 짐 정리를 하는 가운데
물꼬에서 받은 엽서를 냉장고에 붙이며 안부를 전하노라 했다.
코로나 때문에 조심스럽지만 물꼬 오고 싶다고.
반가웠고, 잊히지 않아 고마웠다.
여긴 조심조심 일정을 이어가고 있노라고 전했다.
각자 방역수칙을 2주쯤 잘 지키고들 와서
일정을 진행할 땐 대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고.
얇은 에세이 한 권 읽었다.
글이 가지런하고 따뜻하고 정성스러웠다.
성실했고,
한편 단호하고 엄격했다.
글은 이렇게 찬찬하게 쓰는 거구나,
솔직함이 힘이구나,
그 문장들은 내가 쓰고 싶은 글이기도 했다.
책 같지 않은 책들이 쏟아진다 비난들을 해도
여전히 훌륭한 책들은 많고,
허나 모범 글은 많지만 배우기는 또한 어려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