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수비! 밤새 그랬고 새벽에도, 아침에도 그랬다.

천둥 번개의 기세가 대단한 오전이었다.

비가 많아 움직이려면 서글플라. 오후에 그치기는 한다는데.

여긴 웬일로 어제 싹 준비를 좀 해놔서(샘 부모님들 오신다고! 김치도 담갔당) 느긋한 오전이네:)

그래도 어른들이 불편해라 하시면 부디 편히. 이번에 못 오시면 다른 날을 기약하면 됨.

오신다면 출발하며 문자 한 줄, 황간 나들목에서 또 한 줄~’

설레서 잠을 다 설쳤다.

그가 내게 어떤 사람인가 새삼 참 많이 생각하게 된 이틀이었다.

2009년 이른 봄에 맺었던 인연이었다.

그 가을에 물꼬에 처음 들어섰을 때 이리 오래, 이리 자주, 이리 깊이 만날 줄 짐작치 못했다.

그 세월동안 한 청년이 얼마나 훌륭한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는가를 보았나니.

 

2시에야 그친다던 비가 정오가 되기 전 수그러졌다.

사람들이 떠나온 도시에서는 더 일찍 잦아들었던 모양이다.

, 고마운 하늘이라, 날씨라.

천천히 움직여들 오신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휘령샘이 부모님(상구샘 옥순샘)과 정오께 닿았다, 강아지 강아지와 함께.

강씨댁 강아지라 성씨가 강인.

휘령샘이 물꼬에 오고 열세 해가 흘렀다.

2014년 여름에는 동생 휘향샘도 물꼬 품앗이샘이 되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대학을 졸업하고 학교에 근무하기 시작하면서 물꼬의 논두렁으로 물꼬 살림을 보태왔다.

이제 부모님들까지 뵙게 된.

언니가 오빠가 누나가 동생이 부모님이 이웃이 사촌이,

넓혀가는 물꼬의 연이 신기하고 고맙다.

멧골책방이 있는 주말이었다.

품앗이샘 둘이 신청을 했고,

한 사람이 10월 빈들모임으로 옮겨 한 사람이 남게 되었다.

하여 그 역시 10월에 오십사 하고 오래 마음에 있던 한 가정을 초대하게 된.

지난여름 계자를 끝내고 간 휘령샘으로부터 문자가 왔더랬지.

부모님도 드디어 물꼬를 가보고 싶어 하신다는.

 

낮 밥상을 물리고서야 알았네.

어제 어른신들 맞으려고 담근 김치를 여러 가지 낸 찬으로 빈자리를 못 봐

내는 걸 잊은!

밥상을 물리고 학교 한바퀴, 그리고 달골에 올라 아침뜨락도 걸었다.

신비한 날씨라.

우산 없이 걸었고, 아고라의 말씀의 자리에 앉을 수도 있었네.

달못 물은 어디로부터 오는가, 밥못 물은 어떻게 모이는가,

학교 공간이 구조적으로 어찌 짜여있나,

호기심 많은 아이처럼 혹은 연구자처럼 아버지 상구샘은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셨고,

구석구석 애쓰셨다 찬사해주셨고 물꼬 교육내용을 지지해주셨으며 많이 배우셨다셨다.

 

오랜 인연들에 따순 밥 한 끼 차려 기뻤다.

흐린 날 달여낸 차의 온기처럼 낡은 공간을 환하게 데워주시고들

저녁이 되기 전 떠났더라.

'멧골책방' 대신 어르신들 삶의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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