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천장을 들였다.

가마솥방과 책방과 교무실 난로에, 그리고 사택 아궁이에 쓰이는.

삼천 장을 들이기도 했더랬는데, 올해의 규모는 그러하다.

겨울 일정이 느슨하다는 말일 게다.

울에 덜 움직이겠다는 의도가 없던 것도 아니지만

팬데믹의 바람이 이 멧골까지 닿기도 했다.

꾸준히, 대신 적은 규모로 이어가고 있다고는 하나.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학교 대부료며 날아든 세금 고지서들을 보고.

멧골에서 그저 흙만 파고 살면 되지 싶어도, 도시 아니어도 돈은 필요하다.

달마다 혹은 분기마다 챙기는

학교 화재보험도, 자동차보험도, 연탄을 들이는 일도 김장도 이때다.

바닥이 보이는 쌀독 같은 통장을 들여다본다.

나는 조앤 롤랑이 될 수 없다.

능력은 둘째 치고, 그만큼 절박하지 않았던 거다.

딸에게 분유가 모자라 맹물을 줘야했고,

궁지에 물려 카페 엘리펀트 하우스 구석자리에서 <해리포터>를 썼던 그니.

반성했다. 더 절박하게 글을 쓸지라.

다 그렇게 산다(엄살 부리지 마라), 라고 이쯤에서 말씀하실라.

그렇다. 바로 그 말을 여기서, 내가, 할라고.

이 멧골도 살림으로부터, 돈으로부터 벗어나 있지 않다. 사는 일이 그러하다.

그러니 우리 살자, ‘사는 곳에서’, 어떻게든!

 

<달의 궁전>(폴 오스터)의 달걀이 떠올랐다.

하루치 밥으로 삶으려던 달걀 두 개.

 

달걀은 떨어지자마자 그대로 박살이 났다. 나는 그것들이 마룻바닥 위로 번지는 동안 겁에 질려 서 있던 내 모습을 

지금까지도 기억하고 있다. 샛노랗고 반투명한 달걀의 내용물이 마루 틈으로 스며들면서 순식간에 질퍽한 점액과 

깨진 껍질이 사방으로 번졌다. 노른자 한 개는 기적적으로 떨어져 내린 충격을 견뎌냈지만 내가 몸을 굽혀 그것을 

떠올리려고 하자 스푼에서 미끄러져 깨지고 말았다. 나는 마치 별이 폭발한 것 같은, 거대한 태양이 막 사라져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노른자가 흰자위로 번지더니 다음에는 거대한 성운, 성간 가스의 잔해로 바뀌면서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내게는 그 노른자가 너무 엄청난 것, 가치를 헤아릴 수 없는 마지막 지푸라기였기에 그 일이 일어나자 나는 

그만 털썩 주저앉아 엉엉 울고 말았다.

 

절절하게 살고, 절절하게 쓰자고 생각하는(, 다짐까지는 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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