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낮으면 강제순환기로 학교 뒤란 보일러를 돌린다.
하지만 몇 해 전 겨울 영하 20도를 보내던 여러 날 뒤 그만 보일러가 얼어 터졌다.
그 뒤로 영하 15도를 기준으로 여러 날 이어지면
공간을 쓰지 않을 때도 아침저녁 불을 지피기로 했던.
영하 13도의 아침,
보일러 아궁이에 장작을 넣었다.
계자 전 두어 차례 가동도 해봐야 하니.
오후 모둠방이 후끈후끈했다.
올해도 작년만치 따쉈으면 좋겠네.
그래서 계자가 더 수월했던.
아궁이는, 바람도 도와줘야 한다.
나무는 지난해처럼 잘 말랐다.
해날이라서도 그랬겠지, 종일 좀 가라앉았다.
그래도 책을 좀 들여다보고, 글도 좀 쓰고. 그저 적바림수준이었지만.
책읽기에 대한 조각글 모음을 보았다.
그리 좋아하는 류의 책은 아니다.
여러 책에서 가져온 문장에 자신의 단상을 더한.
책이란 게 맥락이 있는 것인데,
전체 글에 대한 아쉬움이 일었다.
그래서 또 책을 찾아보겠구나.
‘그의 책을 읽었다기보다 읽고 말았습니다. 읽고 만 이상, 거기에 그렇게 쓰여 있는 이상, 그 한 행이
아무래도 옳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 이상, 그 문구가 하얀 표면에 반짝반짝 검게 빛나 보이고 만 이상,
그 말에 이끌려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문학이야말로 혁명의 힘이고,
혁명은 문학에서부터 일어납니다. 읽고 쓰고 노래하는 것.
혁명은 거기에서만 일어납니다.’
‘그들은 읽었습니다. 읽어버린 이상 고쳐 읽지 않으면 안 됩니다.
고쳐 읽은 이상 고쳐 쓰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읽은 것은 굽힐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쓰기 시작해야만 합니다.
반복합니다. 그것이, 그것만이 ‘혁명의 본체’입니다.’
-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책과 혁명에 관한 닷새 밤의 기록>, 사시키 아타루
혁명의 본질은 폭력이나 주권 탈취가 아니라 문학이라고,
읽는 것, 쓰는 것 그 자체가 혁명이라고,
혁명은 텍스트를 다시 쓰는 것이라고 그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