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집에 있으면 늦게 일어나고 게을러지고 술만 마시게 되고...”
지난 가을 방문한 60대 초반의 남성은 집에서 자꾸 생활리듬이 깨지고 게을러지고 무기력해지는데
옥샘은 출근이라든지 강제가 되어있지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 좋은 움직임을 가질 수 있냐 물었다.
나 역시 게으름이 일어나는데, 그걸 이길 수 있는 게 어쩌면 루틴routine.
패턴 습관 정도로 번역되는 루틴은
규칙적으로 하는 일의 통상적인 차례와 방법.
체육에서라면
운동선수들이 최고의 운동수행능력을 내기 위해 습관적 반복적으로 하는 동작이나 절차.
뭘 하기 전 선행적 행동?
물꼬의 해건지기도 그런 것이겠다.
교육일정이 계속 진행되고 있지 않을 때
해건지기(몸풀기-대배-명상)-아침뜨락 걷기-차마시기
기본 흐름을 하면 자연스레 힘이 붙는다.
행동적루틴만으로 안될 때가 있다. 게으름은 힘이 엄청 센 존재이니까.
그럴 땐 의식적(인지적)루틴을 작동한다.
일을 제때 수행하지 못했을 때 그것이 밀리며 얼마나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드는지,
결국 자책이 오고 괴로워하고 살기 싫고...
그런데 나는 계속 살 거니까 살기 위해선 그리 해야 된다, 그런 생각들.
영차!
그렇게 나아간다.
해건지기부터 했다는 말이다.
한동안 퍽 게을렀던가 보다. 바쁘다. 무지 걸음을 재는 중.
읽어야 할 책도 쌓였고, 보내야 할 글도 밀리고.
다른 걸 다 하고 남는 시간에 보려면 결코 읽을 수 없다.
오늘은 볕을 놓치지 않기로 한다.
출근해서(방을 나가지 않아도 책상에 앉았다는) 누리집부터 챙기고
볕 잘드는 마루에서 밥을 잊을 만치 책 좀.
대처의 한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은 주말에 다녀가는 식구들 편에 돌려보내야 하니.
이럴 땐 일생을 얼마나 허비했는가 싶은 마음이 밀려들기도.
김훈은 한국일보 기자시절 문학기행을 하며 붙인,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이
자신에게 쓸 시간을 마련해주었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깨달음은 늘 더뎌서 나는 늙었고, 더욱 바쁘다.
3시면 해가 꼴딱 넘어가는, 오늘은 동지라.
1인용 소파가 하나 들어와 닦아서 어른책방에 들이다.
샘들이 잠시 앉아 눈이라도 좀 붙이라고.
낡고 불편한 곳에서 아이들을 살피는 것에 집중하다보니
어른들에 대해서는 소홀한 면이 많았다. 미안하다.
요새는 품앗이샘들의 복지까지는 아니어도 편안에 대해서 많이 생각함.
특히 여자샘들이 속옷을 편히 말릴 수 있도록 따로 건조대를 마련도 했다.
빨래방에만 있었는데, 어른책방에도.
거기가 샘들 쉼터이기도 하니.
지난 달 아침뜨락 미궁의 장승 가운데 여장군이 엎어져있었다.
땅과 닿는 발이 썩어 대장군도 그랬던 적 있는데, 뒤에 쇠파이프를 대고 세워주었다.
오늘 같은 방식으로 세웠다.
겨울이나 지나야 다시 깎든지.
느티나무삼거리나 달골 대문 앞 장승은 철각재로 말을 만들어주어 아래가 쉬 썩을 일 없는.
미궁에 다시 세울 땐 아래를 그을려주거나 시멘트를 넣고 살짝 솟게 해 물흐름이 좋게 하거나.
그나저나 물꼬의 장승을 깎아왔던 목연샘한테 또 연락할 일 생겼네.
나뭇잎들이 다 떨어졌으니 아고라 바닥 낙엽을 마저 긁어내야 할 때.
청계에, 또 계자 때 쓸 공간이기도 하니.
준한샘이 뽕나무 한 그루 전지하다.
아고라 돌의자들을 둘러친 측백나무를 뽕나무 잎들이 자꾸 덮고는 했다.
50대 남성, 보수적 지역에서 그 역시 보수적인 사고를 가진.
그런데 우리가 정보를 접할 일이 없어 그 생각이 고착화되는 경우도 많지.
예컨대 KBS 9시 뉴스에만 의존하는 산골 나이드신 분을 생각해보자.
그의 논조는 어느새 그 뉴스의 논조가 되잖겠는가.
그 남성은 성매매에 관해서도 어쩔 수 없다, 필요하다로 일관하고 있다.
일종의 정당화라고 할 수 있을.
그런데 성매매 피해 당사자가 내 누이이고 아내이고 딸이라면 생각은 달라지지.
때로 생각은 서로 멀어 합일점이 없지만, 감정은 그렇지가 않지 않나.
그 말을 하고나자 그는 다른 반응을 보였다.
그에게 기사 하나 보내다;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1369.html
존엄의 벼랑 끝에서 소리 내어 울 수 없었다
저녁밥상을 물리고 다시 책을 잡고,
저녁 9시에야 다시 책상에 앉아 지금 새벽 2시에 이르고 있다.
학부모와 샘들에게 진즉 보내지 못한 글월들도 챙기는 이즈음.
때는 바야흐로 계자를 준비하는 시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