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6.14.불날. 비, 비

조회 수 364 추천 수 0 2022.07.08 23:59:02


이런 선물이! 이른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3시께 이슬비가 되었다. 저녁답에야 그쳤다.

새벽 2시 다시 쏟아지고 있는 비.

 

비가 오면 들일 없어 좋겠다지만 이런 날은 또 이런 날의 일이 있다.

비 내리면 옳다구나 하고 하는 일들.

데크나 베란다 청소.

햇발동 현관 데크에 사각 선반 네 개가 송홧가루를 뒤집어 쓴 채 있었다.

한 손에 우산을 들고 다른 손으로 쓱쓱 밀었다.

슬쩍 보이는 면만 하려다 아쉬워 옆도 하고, 이왕 하는 김에 뒤집어 아래도 뒤쪽도 마저.

계속 내리는 비에 헹구어지려니 하다

그것도 아쉬워 결국 호스를 끌어다 물을 뿌리다.

2층으로 가 세 곳의 베란다도 청소.

목장갑을 끼고 바닥 가장자리에 쌓인 낙엽들을 훔쳐내고 난간을 훑고,

바닥은 충분히 비에 불려져 있으니 솔질을 살살만 해도 되지.

맑은 날이면 아래 호스를 당겨와 제법 힘을 써야 할 일이지만

젖은 날은 일이 훨 수월하다.

말리는 데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다음은 베란다 창틀을 닦는다.

커다란 창이 네 개씩, 열두 개, 앞뒤로 24.

의자까지 가져오자니 일이 너무 많겠어서 딱 키가 닿는 데까지만.

불과 얼마 전만 해도 기어코 그 위까지 한 번에 다 하려 들었지만

이제 이만큼만도 마무리로 치는 마음이라.

연어의 날 직전에도 손이 가야 할 테지만

이렇게 초벌 청소가 되어 있으면 아무렴 덜 힘들지.

그땐 작은 나무 발받이를 2층으로 올려 창문 위쪽도 닦기로.

닥쳐서 했으면 손발이 얼마나 바빴을 것인가,

그리 움직이느라 몸도 얼마나 용을 썼을 것이냐,

무리가 갈 수밖에.

천천히 움직일 수 있어 좋았다.

요새는 몸이 느리고,

그 흐름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시간을 충분히 들이는 쪽으로 일하고 있음.

선전했다. 기특해한다. 이것만으로도 밥값이다.

풀을 매는 일도 청소를 하는 일도 밥을 하고 설거지를 하는 일 역시

무슨 증으로 돌아오는 일 없지만

어떤 가치로운 일들만큼이나 자랑스러웠다.


엄마

 아빠는 비가 와서 너무 좋대

 엄마 물을 안 줘도 돼서

아들에게서 온 문자였다.

나무들이며 꽃들이며 충분히 목 축일 만한 비였다.

당연히 물을 주지 않아도 되는 저녁이었더라.

 

오는 25, 26일에 있는 연어의 날에 자리가 마감되었다.

서른이라고 했지만 조금 더 된다.

날이 날이라 물꼬의 인연들이 최대한 다녀가도 좋겠다 하나

물꼬의 다른 일정들처럼 서로 눈도 보고 말도 섞을 수 있는 규모로.

그렇게 서른을 잡았지만,

서른의 인연에 덧붙여진 이들이 또 있어 규모는 그리 되었다.

이제 이 안의 준비와(대개 풀을 매는 일, 더하여 청소고 빨래, 그리고 한두 가지쯤 이날을 빌미로 할 큰 작업이 있을 것이다.)

잔칫상을 차릴 재료들을 서로가 잘 나누는 일이 있을세.

 

화가 한 분이

재작년에 나온 <모든 사람의 인생에는 저마다의 안나푸르나가 있다를 읽고 

장면 하나를 그린 그림을 사진으로 보내왔다.

올해 내는 책의 표지 혹은 삽화를 그려주기로도 하셨더랬다.

2004년 물꼬 상설학교 시절 고개 너머 도시에서 이 골짝까지

재능기부를 오셨던 재모샘과 동행했던 태석샘.

당신의 아뜰리에에서 작업을 하는 이들 틈에서 몇 해 그림을 그렸기도 했다.

오래고 귀한 인연들에 고마운.

물꼬가 늘 그런 손발들로 걸어왔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024 4월 6일 물날 촉촉하게 내리는 비 옥영경 2005-04-07 1442
6023 7월 16-18일, 새끼일꾼 일곱 장정들 옥영경 2004-07-28 1442
6022 117 계자 여는 날, 2007. 1.22.달날. 흐리더니 맑아지다 옥영경 2007-01-24 1441
6021 2005.11.17.나무날.맑음 / 끽소리 못하고 그냥 쭈욱 옥영경 2005-11-20 1441
6020 3월 7일 달날 맑음, 봄을 몰고 오는 이는 누굴까요 옥영경 2005-03-10 1441
6019 7월 5일, 매듭공장 그리고 옥영경 2004-07-13 1441
6018 129 계자 사흗날, 2009. 1. 6. 불날. 눈이라도 내려주려나 옥영경 2009-01-21 1440
6017 2005.10.11.불날. 날 참 좋다! 그리고 딱 반달/ 상처를 어이 쓸지요 옥영경 2005-10-12 1440
6016 7월9-11일, 선진, 나윤, 수나, 그리고 용주샘 옥영경 2004-07-20 1440
6015 113 계자 사흘째, 2006.8.23.물날. 해 잠깐 다녀가다 옥영경 2006-09-08 1439
6014 108 계자 열 하룻날, 2006.1.12.나무날. 늦은 밤 우박 옥영경 2006-01-14 1439
6013 9월 17-19일, 다섯 품앗이샘 옥영경 2004-09-21 1439
6012 7월 7일, 존재들의 삶은 계속된다 옥영경 2004-07-15 1438
6011 7월 16-20일, 밥알식구 문경민님 머물다 옥영경 2004-07-28 1437
6010 2007.12. 3.달날. 간 밤 눈 내린 뒤 옥영경 2007-12-27 1436
6009 103 계자, 5월 27일 쇠날 맑음 옥영경 2005-05-29 1436
6008 3월 21일 달날 맑음 옥영경 2005-03-21 1436
6007 1월 27일 나무날 맑음, 101 계자 넷째 날 옥영경 2005-01-30 1436
6006 9월 21-4일, 밥알식구 안은희님 옥영경 2004-09-28 1436
6005 2008.10.31.쇠날. 오락가락하는 빗방울 옥영경 2008-11-04 1434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