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5분 다녀간 비.

그것도 그저 후두두둑.

소나기라 부를 것도 못된.

 

몇 포기 안 되던 근대도 뽑고 아욱도 다 거두다.

지난 달날부터 마늘, 감자, 열무 수확에 이은.

근대는 줄기로 장아찌도 담가볼까?

데쳐 짜서 냉동실에 넣고 계자에서 된장국에 먹자 한다.

아욱은 된장국으로 저녁상에 오르다.

서너 번 더 해먹겠다.

 

낮엔 감자를 쪄먹다.

도시에 살던 때라고 아니 먹던 건 아니나

뭐랄까, 이런 순간 사는 것도 갓 찐 감자처럼 포실해진다.

저녁밥상을 준비하면서 대처식구들한테 보낼 반찬도 넉넉하게 몇 가지 만들다.

땀이 비 오듯.

그런데도 선풍기 생각을 다 지나 하였네.

없이 살면 그런 줄 안다. 이 시대 우리 너무 많이 쓰고 사는 삶이라.

물론 이곳이 멧골이라 견딜만한 더위여 그렇기도 하겠지만.

 

곤줄박이 둥지를 보는 재미가 큰 요새라.

처마 둥지에 새끼들이 알을 깨고 나왔는데

오늘 의자까지 갖고 나가 올라섰더니

둥지 곁으로 한 발짝 나온 새끼.

둘만이었나 했더니 셋.

세상으로 한발씩 나가는 새끼들. 모든 어린 것은 마땅히 응원 받아야 함!

우리 연어의 날께 어미가 알을 품었던 듯.

목을 길게 뺐다가, 사진을 찍으려 모발폰을 들이미니 머리를 박고 나름 숨은 새끼들.

오래 예서 살았음 싶은데 날기 시작하면 떠나리라.

처마에 연립주택 혹은 코하우징으로다가 그 옆 칸에 또 그 옆에 둥지를 지어도 좋을 걸,

마을이 되어도 좋을 걸...

날마다 해바라기 씨앗 몇 알을 둥지에 던져주고 있다.

어미가 물어오는 벌레들이며 있겠지만

이것도 씹어 새끼들 멕일 수 있지 않을까?

어미가 먹고 힘차게 날아다녀도 좋으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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