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8.23.불날. 비

조회 수 358 추천 수 0 2022.09.07 23:47:19


교무실에 들어간다.

한 공간 한 구석을 정리한다.

학교터를 고치든 새로 짓든 물건을 빼야할 시간이 있다.

이제부터 하는 정리들은 이사를 살살 준비하는 시간이랄까.

170계자 기록도 이어간다.

비로소 계자 전 일정을 누리집에 올리다.

계자는 끝났지만 이어진 주마다의 일정이 있고,

그것이 끝나야 여름 일정이 끝날.

 

학교아저씨는 긴 여름일정을 끝내고 읍내로 나들이를 가셨다.

당신도 이 모진 살림을 건사하느라 늘 애쓰신다.

맛난 것도 먹고 필요한 것들도 사고 세상 구경하고 오셨네.

 

밤에는 영화 한편을 본다; <Labor Day>(제이슨 라이트먼, 2014)

비평가들로부터는 혹평을 받았다는데.

노동절에 탈옥한 죄수가 아들과 홀로 사는 엄마의 집에 스며

그들을 인질로 잠시 함께 생활하며 서로 사랑하고 연대하는 이야기쯤.

살인을 저질렀으나 흉악한 범죄자가 아니라 불가피한 서사(이럴 때 우발적 살인이라 할)가 있었고,

성실한 맥가이버로 모자의 집을 고치고 요리를 하며 서로 살뜰해진 이들은

함께 캐나다로 떠나기로 하는데...

책도 그렇지만 영화도, 아니 삶의 모든 구석이

결국 어떤 것에 초점을 맞추느냐. 보는 이에 따라 다양한 생각이 있을 밖에.

진실을 말하는 게 가장 설득력을 얻는 길이다, 그런 생각을 했다.

진실이 사람을 속이기도 쉬운.

그리고 일상을 견지하는 힘에 대해 생각하다.

몸을 쓰는 것, 그것은 어디서나 힘이다!

탈옥수가 일상을 견지하는 힘에 나는 꽂히더라.

주제를 사랑으로 보자면,

살인죄로 20년형을 받아 몸이 갇힌 남자와

몸은 자유로우나 정신적 감옥에 갇힌 여자의 사랑이야기?

그들을 이어주는 것도 결국 일상의 일들을 함께 해내면서다.

나는 일상에서 해내는 일들로 나를 세우려하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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