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부쟁이 넘치는 달골이다.

지난 늦가을 아침뜨락 계단 들머리의 감나무 아래 심은 구절초도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바람이 좋았다. 볕도 흥건했다.

9월 중순께 털었던 호두를 한가위 전까지 말렸다가

내내 다시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10월 들어서는 어제까지 계속된 비.

오늘 오랜만에 다시 널다.

 

이른 아침부터 아침뜨락에 들었다.

예초기 지났던 너른 곳의 베어진 풀을 긁었다.

일을 하며 다음 일의 동선을 그린다.

아고라의 풀도 어여 베야겠다.

남동쪽으로 나무그늘이 짙은 곳이라

잔디를 위해서도 더는 미룰 일 아니겠다.

곧 낙엽으로도 뒤덮일 걸.

꽃그늘길 가 쇠기둥 아래쪽 풀을 매다.

달못 아래 한무데기 철쭉 사이의 풀들도 뽑다.

예초기가 닿지 못하는 곳들.

 

어른의 학교로서 공식적인 일정 아니어도 이어가는 일들이 솔찮다.

대체로 자신의 삶이 이곳을 찾아드는 거리.

오늘은 50대 중반 한 사람이 들었다.

그 정도를 살아낸 사람에게 달래 해줄 말을 찾으려고도 않는다.

그저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올 때 표정과 달리 가벼워진 어깨로 떠났네.

 

바깥샘 하나 다녀가다.

제 손으로 키운 땅콩과 아욱과 상추와 호박,

그리고 그가 사는 곳의 유명한 곡주들을 실어오다.

새벽부터 밖을 나와 일을 보러다니고 온 걸음,

어제도 다저녁까지 현장 일을 하고 있었던 그다.

그렇다면 저것들을 어둔 들에서 챙겼을 테다.

맛보여주겠다고 땅콩을 캐고 씻고 삶았을 손.

그런 거 하나 나누려면 얼마나 마음을 쓰고 몸을 써야 하는지 (내) 안다.

워낙에 부지런한 그라지만 그렇다고 그게 어찌 수월한 일이라고만 하겠는지.

고맙다, 그대여!

 

달골 기숙사 건물들 돌아보다. 여기저기 누수현장들.

달골을 캠퍼스화하자면 손을 볼 곳이 적잖은.

보수공사할 때가 됐네.”

그렇겠다. 2004년 지어진 건물이니.

중간에 큰 보수공사가 있었지만 거의 사기 당한 꼴이었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던.

누수는 잡기가 어렵다 했다.

온실(명상방) 돔 바닥도 논의.

내가(내 손으로) 하기로 한 일이고, 거들 손이 있다면 좋을.

현장 일을 다니는 그이니.

비닐--보도블럭-합판-장판(혹은 매트) 순으로 놓겠다는 생각에 대해 좋은 생각이라는 맞장구.

어차피 공사하는 현장으로 다니는 그이니

그때 이곳 일을 해주십사 하였다.

혼자 이틀보다 둘이 하루가 낫지 않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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