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19.물날. 맑음

조회 수 352 추천 수 0 2022.11.11 13:06:24


낙엽을 쓰는 일이 하루 일과 가운데 제법 긴 시간을 차지하는 이즈음.

 

낮엔 잠깐 이웃에 건너가 밥을 먹다.

밥으로 돈을 사는 식당이나 이웃사람으로 밥상을 받은.

시래기가 없다 했더랬기 우리 아직 남은 게 있어 오늘 나누다.

 

기술교육 있는 날.

오늘은 용접 잠깐.

용접봉을 ‘부드럽게대는 걸 이해하게 되었네.

보호용 마스크를 벗고 고개를 돌려가며 하는 작업도 시도.

그건 두려움을 벗어났다는 말인데,

문제는 가끔 하는 일이어 아직 몸에 붙기 어렵다는 것.

자꾸 해보는 수밖에.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오고 간다.

최근 걸음이 뜸했던 바깥 식구 하나를 저녁에 만나다.

그가 이제 와서야 말하다.

당신은 물꼬에 손 거들어주는 정도, 사람들한테 지시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자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다해야 하더라고.

힘들었단다. 그랬을 테다.

2018년 바르셀로나행 1년을 기점으로 이곳은 구조가 좀 달라진.

샘들 일 좀 안 시키고 싶어.”

이제 샘들 고생 좀 덜 시키자 했고, 그리 해온 몇 해였다.

다들 제 일상이 있고, 그것을 살아내는 데만도 힘겨울 텐데

물꼬 일까지 그리 무겁게 하고 싶지 않았던.

교육일정이 있을 때만 도와도 충분하고 넘치는 도움이기도 했고.

하지만 그 일을 하면서 그것을 통해 우리가 견고해지므로

일정 정도의 일만 공유하고 있었던.

대신 가까이 있는 그 샘이 거의 상주자로서 고생을 해온.

샘들 고생 안 시키겠다는 말이 샘이 고생해도 된다는 말은 아니었다마다요!”

서운도 하고 힘도 들었을 그를 헤아리다.

더 일찍 더 많이 그를 살피지 못한 미안함도 전하다.

 

그간 그랑 일하면서 내가 가졌던 마음도 살펴보다.

품앗이샘들에 대한 생각처럼 청소년들에 대해서도 그러했다.

와서 늘 너무 고생하니

교육일정 안에서도 일의 규모를 줄였다.

이곳은 와서 머무는 것만도 고생이니. 특히 한여름과 한겨울.

그런데 그 샘은 같이 작업하면서 오는 이들의 손발을 더 쓰게 할 것을 요구해왔다.

손이 필요했으니까.

그때 나는 당신 가족들은 손끝도 까딱 안하게 하면서

그가 여기 오는 친구들에게는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는 듯하여 불편했더랬다.

사실 지금 쓰고 있는 이런 상황이 관계가 소원한 전부는 아니겠고,

내용 역시 굴절될 수 있겠으나

대략 분위기는 그런 거였다.

결론은, 개인사에서 사업으로도 힘들었을 그의 시간을

더 헤아리고 살피지 못한 자신을 탓하다.

고맙고, 미안하다...

고마움을 잊지 말 것. 그것으로 혹여 있었을 서운함이라든지는 다 덮을 것.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86 6월 14일 주, 아이들 풍경 옥영경 2004-06-19 2292
85 글이 더딘 까닭 옥영경 2004-06-28 2296
84 3월 4일 포도밭 가지치기 다음 얘기 옥영경 2004-03-09 2310
83 3월 4일 포도농사 시작 옥영경 2004-03-04 2314
82 3월 2일 예린네 오다 옥영경 2004-03-04 2317
81 계자 여섯쨋날 1월 10일 옥영경 2004-01-11 2325
80 2004학년도 학부모모임 길을 내다, 3월 13-14일 옥영경 2004-03-14 2325
79 4월 10일 흙날, 아이들 이사 끝! 옥영경 2004-04-13 2326
78 6월 17일, 쌀과 보리 옥영경 2004-06-20 2336
77 4월 21일 문 열던 날 풍경 - 넷 옥영경 2004-04-28 2345
76 지금은 마사토가 오는 중 옥영경 2004-01-06 2347
75 계자 다섯쨋날 1월 9일 옥영경 2004-01-10 2358
74 계자 열쨋날 1월 14일 물날 옥영경 2004-01-16 2374
73 물꼬 미용실 옥영경 2003-12-20 2376
72 입학원서 받는 풍경 - 둘 옥영경 2003-12-20 2379
71 대해리 마을공동체 동회 옥영경 2003-12-26 2384
70 [2018.1.1.해날 ~ 12.31.달날] ‘물꼬에선 요새’를 쉽니다 옥영경 2018-01-23 2384
69 KBS 현장르포 제3지대랑 옥영경 2004-03-24 2386
68 1대 부엌 목지영샘, 3월 12-13일 옥영경 2004-03-14 2395
67 3월 15-26일, 공연 후원할 곳들과 만남 옥영경 2004-03-24 2402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