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랑비 내리는 새벽이었다.

어제 오후 비 흩뿌리기 전 무를 부엌곳간으로 다 들였다.

시래기용 무라 맛은 떨어지나 국물을 낼 때는 요긴할 거라.

당연히 무청은 데치고 말릴 것이다.

 

겨울90일수행 기간, 수행하고.

자잘한 것들을 고치다.

웬만하면 버려!”

웬만하면 하나 사!”

물꼬 살림에서 자주 듣는 말이다.

그래서 뭔가를 고칠 때면 곁에 있는 이에게 먼저 선수 친다.

버리라거나 사라는 말 말아줘!”

버리는 순간 다 쓰레기가 돼 버리지 않는가.

쓸 수 있을 때까지 쓰기, 기후위기에 대한 물꼬의 실천은 그런 것.

여행지를 가면 그나마 사는 기념품이 그곳의 풍경이 담긴 냉장고 자석.

로마와 사마르칸트에서 샀던 두 개의 자석이 떨어진지 오래.

다른 자석 소품 하나도 그러한.

또 다른 하나도 자석이 떨어지면서 유리로 된 상어가 깨져 그 안의 내용물이 온 바닥을 적신.

청소기 하나 부품도 깨진.

유리 상어를 붙이기 전 그 안을 바다처럼 푸른색 물을 넣고

안에 들어있었던 장식품을 다시 넣다.

하하, 그 푸른색은, 물감까지 꺼내올 것 없었다.

변기로 들어가는 대기 물에 넣는 청색클린제가 있었던 것.

이리 뭔가를 고칠 때면 온갖 것들이 다 쓰임을 지니는.

즐거운 수리 현장이었네.

 

기술교육 마지막은 용접으로 맺었다.

아직 몸에 붙지 않은 일은 또 처음 같다.

여전히 겁나다.

충분히 예열하라! 잊었던 문장을 다시 외치다.

각관을 붙이는 데 그 이음새를 못 보고 엉뚱한 곳에다 용접봉을 자꾸 댔다(대졌다).

끌어다가 쓰기!”

, 그렇지. 그랬다. 그 역시 잊고 있었다.

용접봉을 다른 지점에서 예열하고 끌어다 원하는 지점에 붙이다.

 

15차로 기술교육 마무리.

역시 차를 달이다.

꾸러미 바구니 들고 갔다, 전기물주전자까지 챙겨 넣어.

홍차 귀비차와 보이 떡차를 준비했다.

마침 롤케이크를 준비한 이가 있어

다식으로 가져간 떡과 감말랭이는 선물로 나누었다.

전체 갈무리. 그간 즐거운 현장이었고, 서로를 북돋워주었음을 상기했다.

현장 기술력이 그리 는 건 아니나 대응력이 늘었다고나 할까.

어떤 일에 대한 부담, 두려움을 걷었다면 벌써 일의 절반은 해결한 거 아니겠는지.

모다 애쓰셨다, 애썼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584 6월 11일 쇠날, 숲에서 논에서 강당에서 옥영경 2004-06-11 2248
6583 2007. 5.31.나무날. 소쩍새 우는 한여름밤! 옥영경 2007-06-15 2247
6582 6월 15일, 당신의 밥상은 믿을만 한가요 옥영경 2004-06-20 2245
6581 계자 둘쨋날 1월 6일 옥영경 2004-01-07 2240
6580 2005.10.10.달날. 성치 않게 맑은/ 닷 마지기 는 농사 옥영경 2005-10-12 2237
6579 5월 31일, 권유선샘 들어오다 옥영경 2004-06-04 2233
6578 영동 봄길 첫 날, 2월 25일 옥영경 2004-02-28 2233
6577 2005.11.8.불날. 맑음 / 부담스럽다가 무슨 뜻이예요? 옥영경 2005-11-10 2230
6576 100 계자 여는 날, 1월 3일 달날 싸락눈 내릴 듯 말 듯 옥영경 2005-01-04 2230
6575 계자 세쨋날 1월 7일 옥영경 2004-01-08 2220
6574 120 계자 이튿날, 2007. 8. 6.달날. 비 내리다 갬 옥영경 2007-08-16 2217
6573 3월 1일 나들이 옥영경 2004-03-04 2216
6572 옥천 이원 묘목축제, 3월 12일 옥영경 2004-03-14 2209
6571 9월 빈들모임(2019. 9.28~29) 갈무리글 옥영경 2019-10-31 2205
6570 5월 15일 부산 출장 옥영경 2004-05-21 2204
6569 2011. 6. 1.물날. 비 / MBC 살맛나는세상 옥영경 2011-06-14 2203
6568 계자 네쨋날 1월 8일 옥영경 2004-01-09 2198
6567 자유학교 물꼬 2004학년도 입학 절차 2차 과정 - 가족 들살이 신상범 2004-02-10 2188
6566 2월 29일 박문남님 다녀가시다 옥영경 2004-03-04 2187
6565 2009. 5. 9.흙날. 맑음 / 봄학기 산오름 옥영경 2009-05-16 2186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