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에 오솔길 하나 낸다. 내려한다.
어제도 했고 오늘도 한다. 내일도 하려한다. 한동안 하려한다.
삽을 들거나 괭이를 든 게 아니다.
아침수행 뒤 그저 제습이를 앞세우고 같이 걷는다.
키 낮은 나무들 사이를 산짐승들처럼 걷는다.
낙엽을 밟고, 가끔 가지를 꺾기도 하고,
청미래덩굴 가시가 옷을 잡아끌라치면 천천히 그것을 빼서 다른 방향을 꺾어준다.
한밤 달빛명상 때 우리들이 걸어가는, 북미 인디언처럼 ‘스웨터 로지’로 삼아둔,
커다란 소나무 아래로 이르는 길이다.
수우 족이나 나바호 족을 비롯한 아메리카 인디언이나 알래스카 이뉴엣에겐
자신의 영혼과 만나고 싶은 이들이 산을 방황하는 전통이 있고,
그 끝의 스웨터 로지에 이르러 방랑자는 자신을 정화시켰다.
물꼬도 숲속의 커다란 소나무 곁 작은 터를 그리 삼아왔던.
이미 오솔길 하나 있지만
사람들 눈을 피해 그곳에 다가가갈 수 있는, 비밀의 정원으로 가는 미로 같은.
그 나무 아래 정말 깃들 수 있는 움집(그야말로 ‘스웨터 로지’)을 만드는 날도 오리.
겨울90일수행 동안 계속 밟아보려 하는.
가고 또 가다 보면 길이 될 것이다.
물꼬가 살아왔던 시간처럼.
왔던 교정지를 살펴본 뒤 자정에 보내다.
또 하나의 일이 매듭지어질 모양이다.
고맙다는 말도 잦으니 삼키게 되더라.
이곳 인터넷 상황이 원활하지 않을 때가 있어,
이전에도 파일이 마지막 작업 저장이 안 된 채 간 적이 있어,
맨 마지막 고친 부분을 사진으로 찍어 문자로 전송도.
교정지를 읽으며 좌절하고, 한편 또 마음을 곧추세우게도 되었던.
사람들이 나눠 읽을 만한가 의심이 들기도 한 반면
이 과정들이
글에 더욱 섬세해지며 보다 나아질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기기도 했기에.
갔다. 이제는 편집부 공이다.
아직 올해가 다 가지 않았다. 올해 나올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