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이다.

화성이 달에 초근접한 보름.

지구를 기준으로 태양과 화성이 정반대편에 놓인 사이에 달이 위치해야 가능한 현상이라고.

지난 300년 동안 다섯 차례 있었고,

앞으로 100년 안에 두 차례(2059, 2078) 있을 일이라 했다.

화성과 달이 멀어져가는 걸 보겠다고 새벽녘에도 마당에 나가보네.

 

05시 서울 빈소에서 발인.

마을의 한 형님이 오랜 병상에서 세상을 버렸다.

정작 앓고 있던 병이 아니라 코로나 때문이었다.

식당의 상과 상 사이에 사람들이 눈을 붙였고,

02시께던가 춥다고들 잠이 깨기도 했으나

두툼한 겉옷을 이불삼아 챙겨간 덕에 고생하지 않았다.

05:30 장례식장을 떠난 버스는 구미 화장장으로 향했다.

남쪽으로 더 내려갔다 황간으로 올라와 정오에야 대해리로 들어온.

마을 사람들이 미리 터를 닦고 기다리고 있었고, 밥차도 와 있었다.

그리 어려운 길도 아니었고, 마침 물꼬 일정이 또 도와주어 가능했던 걸음인데

마을 사람들이 다녀오느라 애썼다 인사들을 해왔다.

고인이 오늘내일하고 있다 할 때 문상을 같이 하려는 계획들이 있었으나

부고가 왔을 땐 갈 수 있는 상황들이 되지 않았다.

애사는 초대하지 않아도 간다 한다.

가기를 정말 잘했다마다. 잘 보내드리고 싶었던.

한 세상 애쓰셨습니다! 부디 평안하시기 바랍니다.”

 

학교에서는 옥상 낙엽을 긁어내렸다.

그 위로 눈이나 비가 얼면 해동기에 욕실과 중앙 통로 사이로 비가 넘치기도 친다.

그 전에도 푹한 날 얼마든지 문제를 일으키는.

내일은 가마솥방 지붕의 낙엽을 치기로.


마을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한 부인네와 이장댁 건너오시다.

빈소를 다녀온 고단으로 움직임이 더뎌 제법 한가로운 오후.

운동장에서 오토바이를 배워보겠다고 끌기도.

자전거를 탄다면(탈 줄 안다면) 금세 익힌다는데,

바로 그 자전거를 겨우 뒤뚱뒤뚱 탄단 말이지.

어릴 적 자전거를 타다 넘어진 뒤로

여의도 너른 광장 혹은 학교 운동장에서나 겨우 타는 자전거라.

오토바이에 앉아서도 넘어지고 말았네. 두려움이 엄습하고.

탈 수 있는 날이 올까...

 

 

뇌 병변 1급 중증 장애인 딸은 사건 발생 몇 달 전 대장암 3기 판정까지 받았다.

그를 38년 동안 돌보던 60대 엄마는

지난 5월 딸에게 수면제를 먹였고, 딸은 죽었다.

엄마 자신도 수면제를 먹었으나 아들에게 발견돼 목숨을 구한.

엄마는 최후진술에서 '혼자 살아남아 정말 미안하다'고 했다.

12년 구형.

버틸 힘이 없었고, 자신이 죽으면 딸은 누가 돌보나 싶어 여기서 끝내자 했던 거라고.

기약 없는 날을 사는 일...

가정을 무너뜨리는 질병들(장애 치매 희귀병 ...)에는 국가가 나서야!

국가가 할 일이 그런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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