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2.11.흙날. 흐림

조회 수 361 추천 수 0 2023.03.09 23:57:32

간밤에 역시 마을에 차를 두고 달골에 오르기를 잘했다.
봄눈처럼 녹았다 하나 깔끄막 끄트머리는 꽁꽁 얼었다.
택견모임이 있는 날이라 차를 써야했던.
모임을 한 학기로 오늘 마무리 지었다. 
시작은 그랬다.
코로나19의 영향이 컸겠지만 예전처럼 사람들이 잘 모이지 않는다.
이런 때일수록 뭔가를 함께하면서 모이고 생각을 나누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그 매개가 택견이었다.
몸을 풀고 살리는 것만으로도 남는 득일 것이었다.
모임을 이어가자는 의견이 컸으나
밖으로 1시간을 넘게 차를 움직여서 가는 모임에 대한 부담이 적잖았다.
더 안으로 안으로 살아가려는 뜻이 있었던 바.
매듭으로 모두 산길을 걸었다.
각자의 꿈을 듣는다.
여전히 우리는 꿈꾼다.
보다 현실적이 되었다기보다 꿈이 더 땅에 발을 붙이게 되었다고 말하겠다.
꿈이 없는 시대라니!
세상이 달라졌을 뿐이다. 예전과 다른 꿈일 뿐이다.
좋은 연이 지어졌으니 잘 가꾸길, 
각자 사는 곳에서 우리가 보낸 시간이 작은 디딤돌 하나일 수 있기를.

이해영 감독의 영화 <유령>도 지역의 작은 영화관에서 보았다.
그의 첫 장편 <천하장사 마돈나>를 기억한다.
그해
홍상수의 <해변의 연인>, 김태용의 <가족의 탄생과>, 봉준호의 <괴물>, 이준익의 <왕의 남자> <라디오스타>, 최동훈의 <타짜>들이 쏟아진 속에
트랜스젠더를 다룬 그 작은 이야기는 결코 작지 않았다.
쉬운 길을 놓고 자신의 이야기를 우직하게 하는, 그것도 경쾌하게 하는 영화였다.
그해 마돈나 류덕환은 <왕의 남자>의 이준기와 나란히 남자신인상을 받았다.
<유령>은 원작이 중국이어서인지 중국풍 느낌과 너무 부린 멋이 과하다 싶었으나 
항일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주는 가슴 뜨거운 독립의 이야기는
한국인의 보편적 정서에 기대기에 오락적으로 볼만 했달까.

아들이 글 하나를 밑줄 그어 보내왔다.
‘한국은 계급의 대물림, 계층이동의 저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회가 아니고,
오히려 상위계급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에 
계급/계층 출신에 상관없이 다 같이 참여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보는.
‘한국 사회의 특징은 고착화된 수저계급론과 그에 따른 수렁과 절망이 아니라,
동일한 목표를 향해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실시하는, 
그래서 활발한 계층이동이 오히려 스트레스인 그런 사회다.’
문제는 이런 사회가 지속될 것이냐. 회의적이라는 필자였다.
한국사회의 역동성은 활발한 계층이동과 그에 따른 갈등의 이면이기도 하다며
아비투스라는 개념은 지금이 아니라 나중에 더 중요해질 수 있다고.
사회를 해석하기 어려울 때 이런 글들에 기대서라도 들여다보려고 한다.
그럴 때 사회는 그나마 나랑 무관하지 않은 세계가 된다.
그리하여 사회적 목소리들을 먼 세계의 이야기로 듣지 않게 된다.
내게서 당대성을 획득하게 되는.
멧골에서 저만 평안을 얻는 게 아니게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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