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1월의 막바지에 이르렀네요.
이곳은 지금 미국 최대의 명절이라 할 수 있는 땡스기빙 휴일입니다.
곳곳 점포들에선 세일이 한창이고, 크리스마스 시즌을 알리는 장식들이
하나 둘 씩 눈에 띄네요.
멀리 떨어져 있으면 명절때가 오히려 고향 생각나게 하는지라 되려 힘들때가 많습니다. 다행히도 그저께 학과 미국인 친구의 초대를 받아 땡스기빙 파티에 갔었지요. 이무렵 여기서 즐겨 먹는 칠면조 요리, 감자, 호박 요리에 칵테일, 와인 등 제법 풍성한 잔치상을 함께 나누면서 즐거운 시간 보냈지요. 상을 물리고 처음 배워 본 새로운 카드 놀이도 재미삼아 즐기고 따뜻한 저녁 한때였더랍니다.
이제 곧 학기도 끝이 납니다. 다음 주 한주 끝나고, 그 다음주 시험 주간이 남았지요. 아직 처리해야 할 일들이 조금 남아있긴 하지만 큰 고비들은 다 넘어간 지라, 한결 가뿐하고요. 그리고 그 일들이 끝나면 연말에는 한국에서 가족들, 물꼬 식구들과 함께 보낼 겁니다.
지난 주 초에는 이번 학기 내내 붙들고 있었던 큰일을 하나 마무리했답니다. 바로 박사논문 계획서 심사를 무사히 통과한 일이지요. 물론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한 일이지만, 이놈 때문에 지난 여름부터 적잖게 시달려 왔었지요. 부족한 점도 많이 있지만, 나름대로 좋은 평가도 받았고, 앞으로 어떻게 해 나가야할 지에 대해 더 구체적인 복안들을 얻게 되어 만족스럽다고 할 수 있겠네요. 게다가 다음 학기 부터는 학교내 한 연구소에서 진행되고 있는 연구 프로젝트에 연구 조교로 참여하게 되어서 좋은 경험을 쌓을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대학원 수업 조교 하던 일에 좀 지쳐 있었는데, 새로운 일을 하게 된 것도 다행이구요.
물꼬 소식 이곳 게시판에서 전해듣기도 하고, 가끔 전화 통화하는 아내를 통해서 듣기도 합니다. 일일이 적을 수는 없지만, 많은 분들이 도와주고 계신걸 알고 있고, 늘 감사하게 생각하며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 옵니다. 하다와 아내에 대한 그리움이 더할 수록 한편에서는 물꼬를 든든하게 버텨주고 있는 분들의 손길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정말 고마운 일입니다.
늘 한결같을 수 있다면, 어떤 일을 하던 그 뜻을 이룰 수 있으리라는 생각 자주 하게 되는 요즈음입니다. 어찌되었건 연구에 매진하겠다는 다짐으로 시작한 유학인데 시간이 흐를수록 그 초심을 유지하기란 맘처럼 쉽지는 않더군요.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고 내가 한 선택이 과연 옳은 것이었나 후회도 하면서 보낸 시간들이었지요.
그런 면에서 보면 제 아내는 참으로 강한 사람입니다. 특히나 지난 학기 내내 지켜보면서 참 많은 생각들 하게 되었지요. 지금까지 함께 곁에서 지켜본 바로 물꼬의 뜻을 올곧이 지켜내는 일에 있어 아내의 굳은 의지를 의심해 본 적이 없습니다. 비록 세세한 일들, 그 과정들에 혹여 미숙한 점이 있거나 시행착오를 겪는다 하더라도, 아내가 처음부터 품어왔던 그 마음만은 쉽게 변치 않고 오래오래 이어갈 거란 믿음. 그 믿음을 함께 하고픈 것, 그리고 그 길을 가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픈 것이 제 마음입니다.
물꼬 식구들, 밥알님들, 함께 일했던 품앗이 님들 모두에게 그리운 마음 전하면서, 곧 만나뵙기를 기대하면서 그만 줄입니다.
시카고에서 류기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