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48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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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교육은 국가정책적 관점에서 두 개의 영역으로 나뉘어 있다. 유치원은 교육부 소속이고, 어린이집으로 명칭이 통일된 보육은 보건복지부 소속이다. 유아교육에서 보호와 교육을 분리할 순 없지만, 발생 특성상 유치원은 교육, 어린이집은 보호에 방점이 찍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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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사립유치원 재정 지원이 본격화한 것은 2013년 누리과정 전면 도입 때부터다. 이전까지는 국가 재정 지원이 거의 없었으니, 사립유치원 회계 관리도 없었다(김은설, 유치원 회계 실태와 개선점, 2015). 재정면에서만 보자면 사립유치원은 식당이나 개인병원처럼 자영업이었으므로 수입을 어떻게 쓰든 제약이 없었다. 하지만 2013년 이후 사립유치원에게 법인을 전제로 한 회계의무를 부과하면서 그 이전까지 제약 없이 이루어지던 지출행위들이 횡령으로 간주되기 시작했다(김정호,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에 대한 새로운 시각, 2017).


사립유치원이 정부 지원을 받는 항목을 살펴보면 누리과정교육료와 교사인건비 지원의 비중이 가장 높다. 국공립유치원과 달리 시설에 대한 재정지원은 없다. 사립유치원은 개인 투자로 세워졌다. 현 구조의 재정면에서만 보자면 사립유치원은 교육시설이기는 하지만, 교육사업인 셈이기도 하다.

그런에 이 부분을 논의하지도, 고려하지도 않고 2012년 누리교육과정 논의가 이뤄졌고 이듬해부터 국가 예산이 사립유치원에 투입됐다. 사립기관에 정부 재원을 투입하는 과도기에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점들을 세밀히 검토하고, 논의하고, 협의하는 과정이 생략된 채 정책이 진행됐으므로 개인소유를 주장하는 사립유치원과 국가 재원이 투입된 기관을 관리감독해야 한다는 정부 사이의 갈등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사립유치원이 풀어나가야 할 과제는 물론 많다. 그동안은 정부의 관리감독 없이 운영되어 원장 역량에 따라 교육과 운영의 질이 천차만별이었고, 교사의 복리후생도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 오랜 시간 동안 개인 자영업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사립유치원은 더 이상 개인의 사적 이익이 최우선 되는 곳이 아니며 영유아의 안전한 성장과 발달이 최우선 되는 교육기관임을 사립유치원은 통렬하게 인식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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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누리과정이 갑작스럽게 결정되고 진행된 데는 유보통합(유치원 교육과 보육현장의 통합)을 정치적으로 활용한 집단과, 오랜 꿈인 유보통합을 실현시키고자 하는 학자들의 성급한 욕구도 있었다. 보육연령을 하향화하고, 방과후과정을 편성한 데는 여성과 노동자에 대한 배려가 있었다.


어린이집 교사의 점심시간 확보 결정은 노동자로서의 인권을 존중한 결과다. 매년 끔찍한 유아교육기관 스쿨버스 사고가 발생하지만 한 번도 스쿨버스 폐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학부모들의 편의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2016년 누리과정 논란 당시 부족한 지방자치단체 예산을 두고 파업을 결행한 유치원, 유아와 초등예산이 하나로 묶인 상황에서 벌어지는 지자체 부서간 힘겨루기... 이 모든 것의 중심에는 유아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

영유아들이 지금 이 순간, 오늘도, 내일도, 다녀오는 유치원들이 비리 유치원이 아니라 편안하고 믿을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선과 악을 나누어 악을 단죄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무엇보다 쉽다. 악을 선언하면 현상에 영향을 미친 많은 역할들은 손가락 사이로 모두 빠져나가 버린다.


선과 악이라 선언한 두 점 사이의 수많은 역할과 관계들, 사립유치원뿐 아니라, 교육부를 비롯한 정부, 학계, 학부모... 유아교육에서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의 중심에 진정 영유아를 먼저 놓았는지에 대한 물음표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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