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아는 호두는 사실...

-호두 땄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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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딱!"

 

집집마다 호두 터는 소리다.

 

올해는 우리 집이 호두가 늦었다. 우리 마을 어르신들을 신기하게도 백로 즈음이 되면 호두를 따신다. 그쯤이 호두가 철인가보다. 올해가 다른 해보다 더디기도 했지만 우리는 다른 일이 조금 바빠서 호두 털기가 많이 늦었다.

 

맛있는 호두를 딸 기대에 부풀어서 삼촌 둘과 산을 올라갔다. 산에 올라가니 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다. 일단 풀을 깎고, 풀을 치우고, 천막을 깔고, 사다리를 나르고, 나무에 올라간 덩굴까지 치우니 반나절이 지나갔다. 기대했던 호두 따기는 해보지도 못했다.

 

다음날, 호두를 따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내가 따고 싶다고 삼촌을 졸랐다. 삼촌은 나에게 이것저것 안전교육을 해주었다. 나무 위에서는 한발이라도 잘못 디디면 바로 저 밑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도 마을의 어느 댁 사위가 나무에서 떨어져서 병원 신세를 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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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울 줄 알았다. 그냥 장대를 움직여서 이리저리 치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장대가 너무 무거워서 들기도 힘들고, 나무 밑에서 따게 되니 장대가 가지에 걸린다. 장대를 나뭇가지 사이에서 움직이는 것도 쉽지 않다. 무슨 일이든 쉽게 보면 안 되나 보다.

 

따다 보니 실수로 장대를 놓쳐서 호두를 줍던 삼촌이 맞질 않나, 자꾸만 호두보다 잎이 더 많이 떨어지지를 않나, 확실히 초보자라서 내가 미숙했다. 보다 못한 삼촌이 시범(?)을 보여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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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은 내가 못 올라가는 나무의 저 위에까지 올라가서 호두를 털었다. 정말 호두가 장대비 내리듯 내렸다. 그동안 나는 호두를 주웠다. 한 알 한 알 발견할 때마다 즐겁다. 그런데 아이쿠. 자꾸만 삼촌이 떠는 호두에 맞는다. 아니 뭐 삼촌이 나를 맞추려고 한 건 아니겠지만... 결국 삼촌도 자기가 딴 호두에 맞았다. 약간 고소하다.

 

호두를 다 털고 나서 호두를 하나 까서 맛을 봤다. 우웩~ 무지 떫었다. 당연히 말리면 맛있다.

 

호두를 따고 나면 호두를 벗겨야 한다. 우리가 흔히 아는 호두는 실은 호두의 씨다. 진짜 호두열매는 호두 밖에 녹색으로 붙어있다. (흔히들 껍질이라고 한다.) 이 껍질을 벗기는 건 매우 어렵다. 호두를 너무 세게 내리치면 호두가 깨지고, 한참동안 호두를 까다보면 손에 초록색 물이 누렇게 남아서 며칠을 간다.

 

이 호두의 껍질 부분도 쓸모가 있다. 껍질을 물을 내서 옷에 염색을 하는 것이다. 우리 어머니의 치마도 호두치마다. 호두 물을 들이면 연한 갈색이 은은하면서 아름답다.

 

호두는 다른 견과류들에 비해 영양가가 높고, 특히 머리에도 좋다고 한다. 혈액 순환 촉진, 상처치유, 질병보호, 노화 지연, 근육 강화, 암 예방, 심장병예방, 당뇨병 예방 등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스크랜튼 대학 조빈슨 박사). 나도 열심히 많이 먹어야겠다!

 

그런데 호두를 따는 동안 하도 호두에 맞아서 호두 먹고 좋아진 머리보다 호두 맞고 나빠진 머리가 더 심각할 듯싶다.

 

호두로 만들 수 있는 음식들도 많다. 일단 우리가 휴게소에서 흔히 먹는 호두과자에서부터, 호두강정, 호두 볶음, 호두파이 등 듣기만 해도 침이 꿀꺽꿀꺽 넘어가는 맛있는 음식들이다. 나도 당장 어머니와 내일 만들어 봐야겠다.

 

호두를 두 포대나 따서 방에다가 말리고 있다. 조금 있으면 먹을 수 있다고 한다. 기대된다. 가을날, 즐거운 호두 털기였다.

덧붙이는 글 | 류옥하다 기자는 열네 살 학생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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