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아침] 나도 어머니처럼

조회 수 3024 추천 수 0 2019.05.07 14:04:35


나도 어머니처럼



왜 사느냐고 물으시면
죽지 못해 산다
나를 위해 산다
그렇게 말하지 않으셨다 어머니는

누구를 위한 기도냐고 물으시면
자신이 잘되기 위해서
무엇을 바라기 위해서 기도 한다고
그렇게 말하지 않으셨다 어머니는

무엇을 위해 그리 애쓰느냐 물으시면 
내 한 몸 편하고 빛나기 위해서
누가 알아주길 바래 땀 흘린다고
그렇게 말하지 않으셨다 어머니는

어머니는 한번도 삶을 회의하지 않고
남의 탓으로 원망하지 않으며
몸져 아픈 날조차 이마 짚으며
당신의 의무를 소홀히하지 않으셨다

한평생 어머니는 위해서, 위해서만
당신의 노동 당신의 기도 
당신의 젖과 눈물을 온전히
이못난 자식 위해 바쳐주셨다


그아들인 나 역시 위해서, 위해서만

살고 죽겠노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당신의 삶과 정성을 다 바쳐주신 내겐
그 사랑 내 몸에 가두어둘 권리는 없었다

끝내 죽음 앞에 세워져
죽음만은 피해가고 싶던 그 순간에도
나도 어머니처럼 성실하고 치열하게
온몸 바쳐 투쟁할 수밖에 다른 길은 없었다


(박노해, <참된 시작> 가운데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물꼬를 다녀간 박상규님의 10일간의 기록 [5] 박상규 2003-12-23 152606
244 잘 지내는지 넘 궁금해요.. [2] 재은수민맘 2007-08-15 919
243 우두령을 뒤로 한채 file [1] 승현 2005-11-23 919
242 벌써 저도 5년차 교사가 되었네요 [2] 황연 2005-11-11 919
241 학교문을 밝힌 호박등불 file [1] 자유학교물꼬 2005-11-04 919
240 달골 포도즙은 계속 팝니다! 자유학교물꼬 2005-09-22 919
239 찔레꽃방학 14 file [1] 도형빠 2004-05-31 919
238 찔레꽃방학 6 file [1] 도형빠 2004-05-31 919
237 올라가면 밥 없다. file 도형빠 2004-04-26 919
236 [답글] 섭섭해요 정미헤 2004-04-26 919
235 섭섭해요 [1] 영환, 희영 엄마 2004-04-23 919
234 [답글] 숙제- 모범 답안(간디의 생애) file [1] 큰돌 2004-03-15 919
233 애새끼 문제로 들살이 가족 번개 모임 [7] 정근이아빠 2004-02-17 919
232 공부방 날적이 10월 29일 [1] 옥영경 2003-10-29 919
231 안녕하세요~! [7] (*조인영*) 2003-09-04 919
230 자유학교 물꼬에 갔다와서 [2] 이지은 2003-08-12 919
229 방과후공부 날적이 신상범 2003-07-14 919
228 치! [1] 최태정 2003-07-04 919
227 고사리를 뜯다 [2] 신상범 2003-05-10 919
226 "발해에 대한 무관심은 곧 대륙역사와 단절" file 독도할미꽃 2003-04-06 919
225 [답글] 새애앰. [2] 운지. 2003-02-27 919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