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아침] 나도 어머니처럼

조회 수 3038 추천 수 0 2019.05.07 14:04:35


나도 어머니처럼



왜 사느냐고 물으시면
죽지 못해 산다
나를 위해 산다
그렇게 말하지 않으셨다 어머니는

누구를 위한 기도냐고 물으시면
자신이 잘되기 위해서
무엇을 바라기 위해서 기도 한다고
그렇게 말하지 않으셨다 어머니는

무엇을 위해 그리 애쓰느냐 물으시면 
내 한 몸 편하고 빛나기 위해서
누가 알아주길 바래 땀 흘린다고
그렇게 말하지 않으셨다 어머니는

어머니는 한번도 삶을 회의하지 않고
남의 탓으로 원망하지 않으며
몸져 아픈 날조차 이마 짚으며
당신의 의무를 소홀히하지 않으셨다

한평생 어머니는 위해서, 위해서만
당신의 노동 당신의 기도 
당신의 젖과 눈물을 온전히
이못난 자식 위해 바쳐주셨다


그아들인 나 역시 위해서, 위해서만

살고 죽겠노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당신의 삶과 정성을 다 바쳐주신 내겐
그 사랑 내 몸에 가두어둘 권리는 없었다

끝내 죽음 앞에 세워져
죽음만은 피해가고 싶던 그 순간에도
나도 어머니처럼 성실하고 치열하게
온몸 바쳐 투쟁할 수밖에 다른 길은 없었다


(박노해, <참된 시작> 가운데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공지 물꼬를 다녀간 박상규님의 10일간의 기록 [5] 박상규 2003-12-23 153354
244 잘 도착했습니다~ [1] 윤지 2019-02-25 6737
243 [시 읽는 아침] 셋 나눔의 희망 물꼬 2019-03-13 3263
242 [체험기] 식당 아르바이트 두 달 물꼬 2019-03-14 6364
241 2019년 2월 어른의 학교 사진 류옥하다 2019-04-01 4855
240 의대생이 응급실을 가지 않는 사연 물꼬 2019-04-02 7687
239 [부음] 안혜경의 부친 안효탁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물꼬 2019-04-12 3216
» [시 읽는 아침] 나도 어머니처럼 물꼬 2019-05-07 3038
237 [토론회] 디지털이 노동세계에 미치는 영향 (주한프랑스문화원) 물꼬 2019-05-17 6662
236 잘 도착했습니다!ㅎㅎ [1] 휘령 2019-05-26 3396
235 잘 다녀왔습니다! [1] 류옥하다 2019-05-27 3990
234 잘 다녀왔습니다!^^ [3] 휘령 2019-06-23 8563
233 잘 도착했습니다. [2] 윤희중 2019-06-23 5492
232 안녕히 잘 도착했습니다. [3] 이건호 2019-06-23 6997
231 잘다녀왔습니다 ~ [5] 이세인_ 2019-06-24 5174
230 잘 도착했습니다. [4] 윤희중 2019-07-04 4892
229 잘 도착했습니다! [4] 이세인_ 2019-07-04 4890
228 안녕히 잘 도착했습니다. [1] 이건호 2019-07-21 4866
227 먼저 돌아가게 되어서 죄송합니다. [9] 윤희중 2019-08-08 4893
226 잘 마무리 했습니다. [7] 류옥하다 2019-08-09 6187
225 잘 도착했습니다!^^ [5] 휘향 2019-08-09 4712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