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한 바퀴, 꽃구경이라.

막 꽃이 진 흔적으로 남은 제비꽃과 앵초.

죽었구나, 잎이 쪼글쪼글해져 드러누워 있던 선인장은

땅에 몸을 맞대 뿌리를 내리고 새 잎을 피워 올리고 있었다. 

장하다. 죽었다고 서둘러 버리지 않아 다행했다.

서둘 일이 있고, 그렇게 기다릴 일이 있는.

나는 아이들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사람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쉬 존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쯤의 생각을 같이 했겠다.

겨울을 견딘 수반에서 다시 삶의 기억을 딛고 오르는 수련, 코인 워터,

찔레꽃, 사스타데이지, 불두화, 자주 달개비, 천리향, 연꽃, 그리고 앞으로 올 꽃들의 자리, 

다녀가는 새들로 세계가 분주했다.

능수매화 능수뽕 장미딸기 복분자의 꽃봉오리, 힘차게 오르는 능소화와 겹장미며 다래꽃,

다시 솟는 부용화를 지나

아침뜨락을 나서자 아래 묵정밭 가로 넓게 울을 친,

올 봄에 심은 나무들, 주목 황금 사철 화살나무 산수유 보리수들이

초록초록 오르고 있었다.

삼거리집 벽화 작업.

지난 4월 빈들에서 아이들과도 같이 했던 곳에 이어

비어있던 남쪽 벽면.

흐려서 작업하기 좋았다.

지난 한주 30도에 육박하는 기온에다가 볕도 날카로웠는데

바깥일 하기 좋은 흐린 하늘이라니.

비도 없고! 내일은 또 전국이 비바람 세다는데.

그 사이 이리 조용히 건너가는 날이라.

현철샌은 달골 대문을 수리하고 있었다.

할머니들이 건네 오는 인사들.

교장샘 팔이 저래서 어쩌냐고, 빨리 나으라고.

젊은 마을 아낙 하나가

집에 방을 하나 늘리는데 거기에도 벽화를 그리고 싶다고 물감을 물어보러 다녀갔다.

한 친구가 안고 사는 건강에 대한 문제가 있어 함께 고민하며 더 정성껏 차리는 밥상이었다.

떡만두국에 달걀말이 오징어젓 깍두기 짠지무침이 놓였던 아침밥상,

부추전에 콩나물 숙주나물 배추 상추 부추김치들을 고명으로 얹었던 낮의 비빔국수,

그리고 보리밥 된장찌개가 있는 저녁밥상이었다.

수육 상추무침 얼갈이 배추무침 잡채 버섯볶음 부추겉절이, 더하여 바나나.

후식처럼 낮에 먹던 비빔국수까지 다시 먹었다.

힘들었던 하루였으니까.

산야초 효소를 마시면서 하루재기.

명상에 다름 아니었던,

만족도 높은 아름다운 시간들이었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