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5일 물날 갠 듯 하다 비 오락가락

조회 수 1435 추천 수 0 2004.09.21 23:07:00

< 감나무 >

집터를 고르고 닦느라 출출해진 아이들입니다.
꽃피는 봄이 오면 지어낼 우리 아이들 집을 위해
작은 집짓기로 연습을 시작한 이번 학기거든요.
뭐가 되긴 되려는지, 원...
감나무 아래로 몰려갔습니다.
어린날 워낙에 나무에 살아서
밥 때마다 불러내리기 귀찮아라셨던 외할아버지는
집이라기엔 뭣하지만 널빤지를 올려 나무 위에 집을 지어주셨더랍니다.
“어, 어, 어...”
장대끝에 끼워 마지막 제 손아귀까지 내리는 것도 재주고
아예 나무에 올라 가지 끝에서 달랑거리며
익은 감을 손에 살짜기 실어오는 것도 감따는 제나름의 재주겠지요.
아차 하는 순간 놓치면
그만 쏟은 죽처럼 퍼져버리는 홍시.
김남주의 절창 아니어도
김준태의 빛나는 감꽃시가 아니어도
매달린 것으로 충분히 시고 소설인 감들 아래 입벌리고 섰습니다.
“샘, 저기요, 저기!”
혹 나동그라질세라 령이는 저를 받쳐준다고 발 아래 따라 오르고
정근이랑 채은이랑 채규는 추임새처럼 나무 위로 소리를 올립니다.
아이들에게로 쏟아져내리는 가을 햇살, 물든 나뭇잎, 이 골바람,...
예, 가을입니다.
갈무리 해서 간다 하여 가을이라지요.
그렇게 감이랑 밤이랑 호두랑 연일 주워대고 있답니다, 이곳.

아, 혜린이가 집터 기단을 쌓을 돌을 들다
그만 손가락이 찧었지요.
아무래도 새 손톱 보아야겠습디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004 1월 27일 나무날 맑음, 101 계자 넷째 날 옥영경 2005-01-30 1436
» 9월 15일 물날 갠 듯 하다 비 오락가락 옥영경 2004-09-21 1435
6002 112 계자 닫는 날, 2006.8.12.흙날. 맑음 옥영경 2006-08-17 1435
6001 2008.10.31.쇠날. 오락가락하는 빗방울 옥영경 2008-11-04 1434
6000 8월 31일, 이따만한 종이를 들고 오는데... 옥영경 2004-09-14 1434
5999 7월 21일, 집에 가기 전 마지막 물날 옥영경 2004-07-28 1434
5998 2007. 8.19-25.해-흙날. 비도 오고 그랬어요 옥영경 2007-09-21 1433
5997 2008. 2.24.해날. 바람 잦아들고 푹해지다 옥영경 2008-03-18 1432
5996 115 계자 닷샛날, 2007. 1. 4.나무날. 맑음 / 오뉘산 옥영경 2007-01-08 1432
5995 2011. 6.20.달날. 폭염주의보 이틀째 옥영경 2011-07-02 1431
5994 2008.11.26.물날. 갬 옥영경 2008-12-10 1431
5993 2006.10. 1.해날. 맑음 옥영경 2006-10-02 1431
5992 108 계자 이레째, 2006.1.8.해날. 아직도 꽁꽁 언 얼음과 눈 옥영경 2006-01-10 1431
5991 2005.11.25.쇠날.얄궂은 날씨 / 월악산(1097m) 옥영경 2005-11-27 1431
5990 7월 23-25일, 김근영 이충렬님 머물다 옥영경 2004-07-28 1431
5989 2008. 7.23.물날. 비 옥영경 2008-07-30 1430
5988 5월 14일 흙날, 동요잔치 옥영경 2005-05-20 1430
5987 6월 9일 나무날 해거름 좀 흐린 하늘 옥영경 2005-06-12 1429
5986 153 계자 나흗날, 2012. 8. 8.물날. 살짝 구름 지난 오전 옥영경 2012-08-10 1427
5985 2008.12.27.흙날. 맑음 / 미리모임 옥영경 2008-12-30 1426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