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2. 5.해날. 맑음

조회 수 359 추천 수 0 2023.03.05 23:55:38


정월대보름 나물밥을 절집에서 먹었다.

남양주 천마산 봉인사에 들리다.

가평의 작은 예술제에서 함께 돌아오던 재형샘 승엽샘 준찬샘이 동행하다.

광해군 원찰이었던 봉인사는 구한말 완전히 소실되었던 것을

40년도 더 전에 적경스님의 아버님이었던 한길로 법사님이 터를 마련하고 중창했다고.

광해군 묘가 봉인사 길목에 있었다.

 

적경스님이 내주신 차를 마셨고,

시주 대신 스님의 책 두 권을 사오다.

<바우이야기-모든 이를 위한 명상동화>는 두엇의 입을 통해 들었던 바.

책 가운데 애벌레와 나비가 등장해서도 그렇겠지만

트리나 폴러스의 <꽃들에게 희망을>을 생각게 했다.

바우는 행복을 가르쳐줄 스승을 찾아 길을 떠난다.

길 끝에 만난 물이 말한다.

바우님, 과거는 지나간 현재고

 미래는 오지않은 현재일 뿐이죠.

 그러니 늘 지금, 행복을 느끼면 시작도 끝도 없는 영원한 행복이랍니다.”

어떻게 하면 현재를 느낄 수 있는가 바우가 묻는다.

좋고 나쁘고 하는 구별은 우리가 갖고 있는 가치 기준에 맞춰 판단하는 거부의 행동이랍니다.

 지금의 모든 걸 받아들이세요.

 그냥 지켜보세요.(...)

 볼 땐 봄, ,

 들을 땐 들음, 들음,

 가려울 땐 가려움, 가려움,

 생각이 일어날 땐 생각, 생각하고 말예요.

 그러면 받아들인다는 의미를 알게 될 거예요.”

바우는 벅찬 마음으로 저 멀리 우뚝 솟은 큰 바위를 향해 달려가 제가 찾은 것들을 나누고자 한다.

나라고 하는 존재,

 나를 한정짓고 있는 생각을 버리시고

 모든 것에 감사해 보세요.”

하지만 큰 바위는 바우가 딴 세상 말만 하는 것 같다며

진정한 행복을 가르쳐줄 스승을 찾아 그 역시 여행길에 오른다.

이미 보고 온 이가 있어도

우리는 여전히 길을 떠난다. 그가 내가 아니므로.

책은, 지루하고 낡은 느낌이었다.

모험이 아니라 관념으로 들렸기 때문인가...

곱씹어보니

어쩌면 이미 내가 오래 머물렀던 생각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새삼스러울 게 없다는.

그렇다고 이 책의 가치가 없다는 말은 아니다.

누구에겐가는 또 귀한 깨달음일.

내가 지나치게 낡아버린 어른이 됐기 때문일 수도.

물꼬에서 수행하며 관통해온 질문 혹은 답이었으므로 너무 평이하게 느껴진 듯.

익숙했으므로.

요새는 행복찾기보다 평안하기에 더 생각을 모은다.

행복은 더, , 더한 행복이 있는 듯해서

그것 역시 욕망의 단계로 보이는데 반해

평안은 그 하나로 온전히 완성체 같아서.

우리가 찾은 행복 혹은 평화는 얼마나 깨지기 쉬운가.

오죽했으면 위대한 고승들도 득도로 끝이 아니라 날마다 수행하겠는가.

? 유지가 안되니까.

 

서울로 돌아온 일행들이

젊은 날 오래 산을 탔고 옥을 다루고 사진을 찍는 재형샘댁에 다시 모였다가

흩어졌다.

기차를 타고 내려왔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484 2022.11.26.흙날. 맑음 / 김장 첫날 옥영경 2022-12-24 357
6483 2023. 2.13~14.달날~불날. 흐리고 눈비, 이튿날 개다 옥영경 2023-03-13 357
6482 2023. 2. 8.물날. 맑음 / 2분짜리 영상 옥영경 2023-03-06 357
6481 2023. 3. 6.달날. 맑음 / 첫걸음 예(禮), 경칩 옥영경 2023-03-26 357
6480 2023. 5.18~19.나무~쇠날. 비 오고 이튿날 볕 옥영경 2023-07-04 357
6479 2020. 4.30.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0-08-06 358
6478 2020. 5. 5.불날. 비 옥영경 2020-08-07 358
6477 2020. 5.19.불날. 비 오락가락 옥영경 2020-08-10 358
6476 2020. 5.22.쇠날. 맑다가 빗방울 / 30여년 건너온 편지 옥영경 2020-08-12 358
6475 2020. 6. 4.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0-08-13 358
6474 2020. 7.15. 오후 갬 옥영경 2020-08-13 358
6473 2020. 7.19.해날. 반짝 해, 흐림 옥영경 2020-08-13 358
6472 2020. 7.23.나무날. 비 옥영경 2020-08-13 358
6471 2020. 9.27.해날. 흐림 옥영경 2020-11-15 358
6470 2020.11.18.물날. 흐리고 바람, 밤새 주룩거린 비 / 청년기본소득, 누가 지지하는가? 옥영경 2020-12-17 358
6469 2021. 4. 8.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1-05-06 358
6468 2021. 4.18.해날. 맑음 / 이레 단식수행 닫는 날 옥영경 2021-05-14 358
6467 2021. 4.19.달날. 맑음 / 이레단식 회복식 첫날 옥영경 2021-05-14 358
6466 2021. 5.12.물날. 갬 옥영경 2021-06-14 358
6465 2021. 6. 1.불날. 맑음 옥영경 2021-07-01 358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