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 5.물날. 밤 1시 밖은 눈발

조회 수 409 추천 수 0 2022.01.12 02:53:07


아주 잠깐 해가 난 하루였다.

1시가 지나며 밖은 눈발이 흩날렸다.

오래 많이 내릴 것 같지는 않다.

 

첫걸음한 젊은 친구의 자기소개서를 읽는다.

어릴 적 여러 해 계자에서 본 이이므로

서로 굳이 소개가 필요치는 않을 수도 있으나,

그때의 그가 지금의 그가 아니고 물꼬의 그때가 지금의 물꼬 또한 아니니

현재 말하는 자기소개를 보내시라 했던.

아이를 맞으려는 이들의 성실이 자기소개서를 충실하게 쓰는 일부터 시작되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들어서.

무엇보다 아이들과 활동한 이들의 면면을 아는 게 전체진행자로서 필요하기도 하고.

세상은 더 물질이 풍요로워졌으나

물꼬의 낡음과 불편은 더 커졌고(더 바래고 더 바람구멍 많아진),

그런데 세상이 어찌 변해도 여전한 가치가 있다 생각하고 그리 살아보는 물꼬’,

그쯤의 글월을 보냈을 것이다.

하고픈 대로 자유로이 잘 살았고, 제 길을 끊임없이 모색하는 과정이

기특하고 고마웠다.

그 역시 글을 쓰며 자신의 삶을 톺아보는 시간을 가졌을 테다.

행정적으로 물꼬에서 필요한 일만은 아니었다 뭐 그런 말.

 

수행으로 연 아침.

계자를 앞두거나 하면 더욱 경건해지고 정성을 쏟게 되는.

나는 약한 자라 정성을 유지하는 데 게을러지니.

거의 7시간에 달하는 전화 통화가 이어졌다.

계자 사전 통화, 정도로 일컫는 시간.

계자에 올 아이들 가정과 나누는.

문건으로 다 안내할 수도 있겠지만

처음 오는 가정네는 그래도 목소리를 서로 듣게 됨으로서(그게 다 뭐라고) 오는 안도감이 있고,

왔던 아이들네는 그간의 아이 변화와 근황을 주고받는, 겸하여 아이들 상담까지.

1시에 통화가 끝났지만, 아직 남은 가정이 둘.

이렇게 통화를 하면 계자가 더욱 실감나는.

걸음도 더 재게 되고.

엄마들은 오는 차편에 어떻게든 물꼬 살림을 또 거들려 한다.

지난계자도 쌀을 보냈던 신혜샘은 또 쌀을,

수진샘은 산에 갈 때 챙길 초코파이를,

순주샘은 떡볶이를 냄비째, 영부샘과 유설샘은 귤을 한 상자씩,

내가 밥바라지를 한다 하자 반찬을 더 넉넉히 보네 손을 덜어도 주신다는 진영샘...

고마운 마음들!

 

마지막 통화는 홀로 아이를 키우는 엄마.

그래서 무슨 일이 생기면 더 자책과 상심이 크기도.

집에서는 그렇지 않으나 학교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것에

애가 쌓인 게 많아 응어리져 저러나, 엄마는 불안하고 미안하고.

아이들은 순간을 살아요. 쌓이고 터지고, 그건 어른 생각 아닐지.

애들이 무슨 어제가 있고 내일이 있어! 뒤끝도 없고...”

그래서 나는 아이들이 좋다. 그들에게 현재를, 지금을 사는 걸 늘 배우는.

엄마의 생각에 너무 깊이 들어가지 말자 하였네.

아이가 행복한 순간이 더 많을 거라 위로했네.

하지만 아이를 이해하는 것과는 별개로

그 아이가 분노가 일어날 때 그 감정을 표현하는 좋은 방식을 찾아 훈련을 시켜주자 하고,

아이에게 더 좋은 것, 더 많은 시간, 그런 것보다

엄마의 안정감을 주십사 더했네.

 

전화를 붙잡은 김에 7학년 아이와 그의 엄마와 통화도 있었네.

오랜 물꼬 아이였다.

작년 2, 그 학년들을 위해 며칠을 쏟아 중학 공부를 안내하려던 계획은

코로나19 3차 대유행 기세로 접었더랬다.

얼마 전 다녀도 갔지만

공부를 좀 챙겼으면 싶어 따로 통화.

그가 공부에 겪던 어려움을 토로한 것도 있어 그 해결로다가.

어머니께도 안내를, 아이에게도 방향을.

학교 공부도 닥치는 것 하나 하나 외우기보다 통찰적인 접근이 도움이 되므로.

 

휘령샘이 169계자 샘들과 소통 중이고,

여행자보험명단과 글집을 밖에서 하다샘이 챙기는 중.

내가 그만 글집을 잊고 있었는데, 최근 몇 해 계속 밖에서 그리 했으니,

하다샘이 챙기고 있었다.

(계자 형태를 2026학년도 겨울 일정까지 유지할 생각이다.

서른 세 해를 하고 막을 내릴. 다른 질과 형태의 일정이 이어질.

어디로 흐를 지야 살아보고!)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5884 2005. 12.26.달날 / 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옥영경 2005-12-26 1410
5883 2005.12.27.불날.날이 풀렸다네요 / 해갈이 잘하라고 옥영경 2005-12-28 1282
5882 혹 다른 삶을 꿈꾸시나요? (2005.10) 옥영경 2005-12-28 1342
5881 지금, 당장, 평화롭기, 정작 나도 자주 잊어버리지만! (2005.10) 옥영경 2005-12-28 1312
5880 2005.12.28.물날.맑음 / 할아버지의 봄맞이처럼 옥영경 2005-12-29 1253
5879 2005.12.29.나무날.맑음 / 젊은 할아버지가 내신 밥상 옥영경 2006-01-02 1297
5878 2005.12.30.쇠날.맑음 / 우리들의 어머니 옥영경 2006-01-02 1290
5877 2005.12.31.흙날.맑음 / 잊고 있었던 두 가지 옥영경 2006-01-02 1190
5876 2006.1.1.해날.맑음 / 계자 샘들미리모임 옥영경 2006-01-02 1235
5875 2006.1.1.해날 / 물구나무서서 보냈던 49일 - 둘 옥영경 2006-01-03 1248
5874 108 계자 첫날, 2006.1.2.달날.맑음 옥영경 2006-01-03 1307
5873 108 계자 이틀째, 2006.1.3.불날.맑음 옥영경 2006-01-04 1248
5872 108 계자 사흘째, 2006.1.4.물날.흐림 옥영경 2006-01-05 1413
5871 108 계자 나흘째, 2006.1.5.나무날.얼어붙은 하늘 옥영경 2006-01-06 1480
5870 108 계자 닷새째, 2006.1.6.쇠날. 꽁꽁 언 대해리 옥영경 2006-01-08 1454
5869 108 계자 엿새째, 2006.1.7.흙날.저 청한 하늘 옥영경 2006-01-08 1314
5868 108 계자 이레째, 2006.1.8.해날. 아직도 꽁꽁 언 얼음과 눈 옥영경 2006-01-10 1432
5867 108 계자 여드레째, 2006.1.9.달날. 녹아드는 언 땅 옥영경 2006-01-10 1365
5866 108 계자 아흐레째, 2006.1.10.불날. 맑음 옥영경 2006-01-11 1632
5865 108 계자 열흘째, 2006.1.11.물날. 맑음 옥영경 2006-01-14 1303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