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4. 7.쇠날. 맑음

조회 수 360 추천 수 0 2023.05.06 00:09:59


소리를 하는 동료가 나눠준 돌산 갓김치와 파김치 한 상자를 싣고 왔다.

한동안 김치 걱정 없을 밥상이겄다.

사람들의 그늘로 늘 사는 물꼬라.

물꼬 아니어도 사람살이가 그러한.

사는 일이 또 고마워지는 한 순간.

 

한국이 전통문화 단절을 겪었던 시간차 문화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 속에서도 다인들이 행다를 연구하고 발전시킨 부분이 없지는 않으나

지나치게 꾸미거나 왜색이 짙어 보기에 불편함이 적잖았다.

와인을 대접에 마셔도 되듯 차인들 왜 아니겠는가.

다만 그렇게 편히 마시는 것도 차이고,

때로 어떤 자리에서 형식을 갖춰 마시는 것도 차라.

중국 황실에서 했다는 다법이 이어져왔고,

그걸 전해 받아 익힐 기회가 있었고시연을 해왔다.

나는 그것을 하나의 퍼포먼스예술공연으로 이해한다.

그 형식에 차가 잡아먹히지는 않게 하려 애쓴다.

6월에 황궁다법을 시연하기로 한 장소 답사.

마당에 정자가 있는 아름다운 정원과 다실을 갖춘 한옥이었다.

 

다인들은 대개 기물(차도구)들이 많다.

물꼬는 차를 늘 마시지만 정작 기물은 별 없다.

그마저도 사람들이 하나둘 들고 온 것이다.

돈을 주고 직접 산 게 없고,

돈을 주고까지 그걸 사야한다고 생각지 않았을 것이다.

시연하는 이들은 거개 자기 기물을 들고 다닌다.

자기 손에 익은 물건들이니까.

최상의 결과를 얻기에 아무렴 익은 물건이 나을.

나는황궁다법 시연을 위한 기물들을 가진 것은 아니다.

같이 무대에 섰던 이들이 있어 그들의 기물에 기댄.

그런데 이제 그들은 그 일을 하지 않는다.

게다 이사를 다니고 코로나19를 지나며 그걸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혼자 시연을 할 때면 간 곳에 갖춰진 다구들을 챙겨 선보였다.

더구나 이번에는 광주 담양의 다인 몇이 기꺼이 자신들이 가진 것을 내주기로.

황궁다법에 필요한 다구들을 짜서 잠시 손에 익히면 될.

물론 그곳에 없는 것들은 여기서 챙겨가야 할 것이고.

다만 다림팔사(황궁다법에서는 차도구 용어가 다르다)는 내 걸 챙겨가기로.

다림팔사라면 차의 숲에 여덟 벼슬아치라고 풀어쓸 수 있을.



한 인터넷언론사에서 일하는 이들을 만났다.

대단한 명함들을 들고 나타났다.

시민기자들이 채우는 오마이뉴스를 본떠 만들어진.

글을 쓰고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픈 욕망과

그것으로 돈을 벌려는 이들의 욕망이 서로 만난 지점에서

그 회사가 생겼다.

그 욕망들을 무어라 하겠냐만

마치 욕망이 아닌 양 하는 모양새가 우스꽝스러웠다.

스스로 자신들이 그렇지 않노라는 착각을 하거나

아닌 척하거나.

그들이 나도 거기 명함 하나 파주고 싶어했다.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는 일에 혹은 삶에서 어디쯤에 서 있는가를 생각해보는 밤이라.

나는 그들과 정말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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