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4.19.물날. 맑음

조회 수 418 추천 수 0 2023.05.21 23:17:30


북아일랜드 산악인 노엘 해나가 히말라야 안나푸르나(88m) 등정에 성공했다.

하지만 엊그제 17일 밤 내려오던 그는 캠프4에서 죽음을 맞았다.

사인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에베레스트를 열 차례나 올랐던 그다.

같은 날 인도 산악인 둘도 안나푸르나에서 하산 도중 고립 됐다 구조됐고,

또 한 명은 크레바스에 빠져 수색 작업 중이라 했다.

지난 12일에도 네팔 세르파 셋이 눈사태에 휩쓸려 실종,

베이스캠프와 캠프1 사이의 쿰부아이스폴은 등반이 까다롭기도 유명한 곳.

여기는 지난 2014년에도 눈과 얼음덩어리가 무너지며 세르파 16명 사망했다.

주로 가을에는 일반 트레커들이,

봄철에는 전문 산악인들이 고봉을 오르는 그곳.

히말라야 산맥은 늘 귀를 기울이게 하는 공간이라.

 

물꼬에서는 학기 시작과 끝에,

또 짬짬이,

계자에서도 마지막 전날 산오름을 한다.

길을 따라 가기도 하고, 때로 없는 길을 헤쳐 나가기도 하고.

특정 주제가 없어도 그저 산에 오르는 게 충분한 공부이거니 한다.

그런 경험을 한 아이들이 훗날 산을 유달리 사랑한 예들이 있었다.

한 청년은 생의 새로운 시점 앞에서 역시 산에 있노라 연락을 해오기도.

결국은 내려오려고 가는 길이다.

변하지 않은 나일 것이나 거기엔 또 다른 자신이 있으리라.

물꼬의 또 한 청년이 지리산을 오르는 중이라는 소식.

 

 

간밤은 늦도록 서울거리에 있었다.

기사로 혹은 중고서점과 고서점으로 맺은 인연들.

종로 3가에서는 그곳의 어느 때를 기록했던 기자를 만나 옛시절을 그리다.

80년대를 같이 뜨겁게 보냈던 그니라.

마침 그곳을 심층취재했던 여러 날이 있었던 기자가 우리를 안내했더라.

영화 <접속> 도입부에 두 주인공이 각자 영화를 보고 나서는 곳도,

마지막에 두 사람이 극적으로 만나고 러버스 콘체르토가 흐르는 곳도 모두

1997년 어느 가을날의 종로3가 피카디리극장 앞이었더라지.

영화배우들의 손바닥을 핸드프린팅해 놓은 스타의 광장은 흔적조차 없다.

종로 뒷길 피맛길의 고갈비 막걸리집이나,

작품성 있는 영화를 상영하던 종로2가 코아아트홀,

퇴계로 스카라극장 앞 짜장면집도 모두 극장과 함께 사라졌다고.

피맛길을 따라 탑골공원 후문 쪽을 향하다.

시인 기형도(1960~1989)는 만 스물아홉이 되기 일주일 전 그날 밤,

개봉 기한이 지난 영화 2편을 동시상영하는 재개봉관 파고다극장에서 쓰러졌다.

파고다극장 건물은 옛 모습 그대로였지만 고시원으로 변신했다.

앞쪽에 즐비한 포장마차는 낮술을 마시는 노인들로 북적인다는데,

밤은 청년들의 거리였다.

낙원상가는 아직 있었고, 국밥집들 역시 여전히 즐비했다.

파고다 공원 뒤편 순댓집에서/ 국밥을 숟가락 가득 떠넣으시는 노인의, 쩍 벌린 입이/

나는 어찌 이리 눈물겨운가’(황지우, 거룩한 식사가운데서)

서울 시내에서 가장 음식값이 싼 곳이라던가.

붐비는 젊은이들 속으로

50대 선후배들이 모여 곡주를 기울였더라.

세월은 가고 기억은 남는다.

그리고 우리들의 오늘이 또한 있다.

열심히 살았던 옛날이 열심히 살게 하는 오늘이게 하기도.

 

서울을 떠나오기 전 익선동의 한 선생님 댁을 들리다.

젊은날 산꾼이었고, 지금은 차를 다루시는 어른.

아파트 안은 도시 한가운데 절간 같은 집이었다.

거기 멀리서 온 스님과 가객이 동행.

지금 누구를 만나고 있는가가 현재 자신의 관심도를 보여주는 것일.

차는 늘 가까운 관심거리라.

옥을 다루시는 조재형 선생님이

자사로 만든 찻잔 셋과 옥잔과 받침 한 벌을 물꼬로 보내시었네.

잘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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