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5. 7.해날. 비

조회 수 370 추천 수 0 2023.06.09 03:49:05


오래 가물었는데,

그래서 비님 반겼는데,

이리 여러 날 줄기차게 내리니

이제 또 비 많다 툴툴거리는 사람의 마음이라.

빨래방 비닐하우스 아래서 모종판에 해바라기씨를 놓았다.

 

사이집 북쪽으로는 밭과 마당을 가르는 돌담 하나 있다.

그 밭에서 나온 돌들로 쌓았다. 2017년 섣달이었다.

지난겨울에서 봄을 넘어올 적

돋운 땅이 해동기에 기울더니 담도 따라 흔들리고

어느 날 무너진 담 앞에 황망하였다.

거기 줄장미 넝쿨이 길게도 둘러쳤는데,

담은 무너져도 장미 붉고 붉나니.

무너진 담은 언제 다시 담이 되려나,

벌써 여름 오는데...

 

마을에 집 하나를 구하려고 애쓰는 봄이다.

교육청에서 지자체로 학교가 주인을 바꾸고(계획),

지자체에서 학교터 겉모습을 바꾸려하는 때(역시 계획),

물꼬도 그 상황에 따라 움직임을 어찌할까 고민하는 중이라.

마을 안에 물꼬가 쓸 거점 하나 있으면 좋겠다며

이러저러 궁리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학교아저씨의 사택으로도 쓸 수 있는.

땅을 구하고 거기 농막을 짓느냐,

있는 집을 빌리느냐,

혹 아주 작은 집이 있다면 사느냐,

그러다 한 집과 논의하는 중.

오늘 둘러보다.

오래 비워둔 집은 폐가에 다름 아니었다.

바구니에 설거지를 하고 엎어놓은 그릇도 그대로인 채,

빨랫줄에 빨래도 그대로 널린 채

사람 떠나고 없는 집.

아내도 남편도 세상을 버리고

서울 사는 자식들 앞으로 남겨진 집이었다.

그 곁에는 밭도 있어 물꼬가 빌려 쓸 수 있을.

어디로든 또 새로운 일 하나가 흘러가겠다.

 

내일은 어버이날, 부녀회에서 마을 잔치를 하기로 했다.

총무와 이장댁과 장을 보러 다녀온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266 2023. 4. 7.쇠날. 맑음 옥영경 2023-05-06 359
6265 2023. 4.10.달날. 맑음 옥영경 2023-05-09 359
6264 2023. 4.29.흙날. 비 옥영경 2023-06-01 359
6263 2023. 5. 8.달날. 맑음 옥영경 2023-06-09 359
6262 2023. 5.20.흙날. 맑음 옥영경 2023-07-04 359
6261 2020.11. 7.흙날. 맑음 / 땔감 옥영경 2020-12-15 360
6260 2020.12.16.물날. 맑음 옥영경 2021-01-14 360
6259 2021. 5.20.나무날. 비 옥영경 2021-06-22 360
6258 2021. 5.21.쇠날. 비 살짝 옥영경 2021-06-22 360
6257 2021. 5.26.물날. 보름달, 구름에 설핏 가린 옥영경 2021-06-22 360
6256 2022. 3.11.쇠날. 흐림 옥영경 2022-04-04 360
6255 2022. 6.19.해날. 맑음 옥영경 2022-07-09 360
6254 2022.10.20.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2-11-11 360
6253 2023. 1.21.흙날. 맑음 옥영경 2023-02-20 360
6252 2023. 6. 6.불날. 맑음 옥영경 2023-07-20 360
6251 2020. 7.24.쇠날. 비 ~ 7.27.달날. 갠 아침, 비 떨어진 오후 옥영경 2020-08-13 361
6250 2021. 6.19.흙날. 맑음 옥영경 2021-07-10 361
6249 2021.11. 7.해날. 맑음 옥영경 2021-12-20 361
6248 2021.12.16.나무날. 짧은 해 옥영경 2022-01-08 361
6247 4월 빈들 닫는 날, 2022. 4.24.해날. 맑음 옥영경 2022-06-09 361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