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6.23.쇠날. 맑음

조회 수 400 추천 수 0 2023.07.26 23:36:44


연어의 날맞이준비 마지막 날.

오늘의 중심은 기숙사와 학교 해우소(본관 초벌은 이미 앞서 했고) 청소,

아침뜨락 둘러보며 마지막 손가기(풀정리 포함), 그리고 장보기,

라고 써두었는데...

 

햇발동 장판을 깔고 동이 터서야 잠자리에 든 간밤,

아침을 좀 천천히 열겠다 했더니 웬걸,

새벽부터 트랙터로 삼거리밭의 로터리를 치기로 한 이가 전화를 넣어 일으켰다.

두어 시간 뚝딱 밭이 갈렸다.

 

달골 기숙사의 마지막 이불을 빨았다, 학교는 일찍이 끝냈고.

햇발동과 창고동 청소를 마쳤고.

이번에는 미취학아동이 없어 큰 어르신들 몇 분만 묵으실 듯.

(나머지 사람들은 계자처럼 학교에서.)

한 사람이 묵더라도!

굳건히 구석구석 먼지를 터는 물꼬의 정성이라.

 

아침뜨락에 다른 일은 못해도 달못 아래 대나무 수로만큼은 손을 보아야지.

멧돼지가 뒤집어놓고, 그 위로 그들이 다시 또 헤집어놓은 곳.

대나무 수로라면 돌을 쌓아 야트막한 계단을 층층이 만들고 커다란 대나무 절반을 쪼개 이은.

그 아래쪽 실도랑도 쑥대밭이었다.

물은 흐르도록 해두어야지.

뭉개진 수로 너머 바깥지대로 물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종일 시간을 들이지도, 또 깔끔하게 하지는 못하더라도

정리는 될 수 있게 돌들을 들어내고 다시 쌓고, 드디어 연결!

달골을 지키는 난나와 티쭈가 섰는 뽕나무를 휘돌며

실도랑의 물이 제 길을 찾아 흘렀다.

아고라의 돌계단 아래 역시 멧돼지가 패놓은 돌들이 너저분했다.

물길까지 정비하진 못해도

널린 돌들을 바위 아래로 밀어 넣다.

예취기가 쳐낸 풀도 미처 긁지 못한 곳들 여럿이었다.

밥못과 대나무기도처 둘레, 지느러미길이며 풀 긁고,

아침뜨락을 나와서는 기숙사둘레 풀을 긁다.

아래 학교에서는 마지막 예취기가 돌아가고.

점주샘과 종종거리고 있는 사이

옥수수를 쪄내온 현철샘이었네.

 

시험 치기 전의 초치기 마냥

달골을 마지막으로 보이는 대로(눈에 걸리는 대로) 훑는다.

, 어제 심은 모종들 물을 주어야지,

명상돔 그늘막을 치고,

아직 현장이 끝나지 않았던 구두목골 작업실도 오늘쯤은 정돈이 되어야지,

미궁의 계단 기둥도 다시 튼튼히 박아야 했고,

, 미궁 남쪽 울의 측백 한 그루가 두어 가지 말라 흉측했는데, 잘랐다.

 

모이기로 한 사람들이 먹을거리들을 잘 나눴는지라

나머지 몇 가지는 들어오는 누군가에게 맡겨도 되련만

김치를 담글 생각하니 장을 봐야겠다 하였네.

낼 아침 면소재지에 달려 나갈 수도 있으나

아무래도 마음 바쁘겠구나 하고.

결정을 하고 황간 식자재마트까지 점주샘이랑 바삐 차를 몰아서 나간 게 21.

10시 문 닫기 얼마 전이었다.

우리가 나오자 불이 꺼졌더라.

그제야 주차장에 철퍼덕 앉아 점주샘과 숨을 돌렸더랬네.

돌아와 짐을 부리고, 식단을 점검하고.

 

윤지샘의 문자가 들어왔다.

요즘 일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복숭아를 꼭 보내고 싶었는데

시간이 이렇게나 지나버린 걸 몰랐다고

여러 고민 하다 오늘 저녁에라도 다녀가며 봉투 놓고 오고 팠단다.

하지만 그러면 여기가 부산할까 싶더라고

영혼으로 5명 보냅니다.’ 했다.

재작년에 서현샘과 용욱샘이 영혼참가 길을 내놓으니 여럿들이 또 이리 쓴다.

 

연어의 날 참가는 진즉에 마감을 하였는데,

군복무 중인 윤호샘이 참가가 가능하냐 뒤늦게 물어왔다.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 외박을 내서 오겠다는데야!

이 편애를 어이할꼬:)

어여 조용히 오시라!’

그리고 덧붙였네.

알지? 내가 면회 가기 전에는 제대를 못하심!’

그렇담 이번이 면회인 걸로 하겠습니다 ㅋㅋㅋㅋㅋ

멀리 장성의 세아샘네도 이번에 걸음 못하는 대신

마트를 하는 희중샘 편에 과일을 보낸다고,

또 다른 몇도 먹을거리를 그쪽으로 주문하기도.

그런 이어짐이 고마웠더라.

 

, 우리 내일 모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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