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잠으로 빗소리가 들었다.
아침만 해도 창대비 소리가 잠을 흔들었다.
일어나자마자 아침수행도 밀쳐두고 나갔다.
아침뜨락에 들어 밥못에서 달못으로 내려오는 두 물관 가운데
밥못 바닥과 연결된 밸브를 잠그다,
밥못이 넘쳐 다 열어두었더니 바닥을 보이려 하기.
이것을 열고 닫으며 장마를 지나가고 있다.
산에서 내려오는 물로 금세 또 찰 것이니 그땐 또 열어두기.
면사무소 다녀온다.
새로 물꼬 영역으로 들어온 ‘삼거리집’(일단 이리 부른다)에 딸린
5백여 평 되는 밭을 빌려 콩을 심었다. 좀 늦게 심긴 하였으나,
새들이 쪼아 먹고, 그나마 떡잎 난 것도 고라니가 온통 끊어먹었던.
마을의 한 형님 댁은 세 차례나 콩을 놓았다지.
우린 그렇게까지는 할 수 없었네.
그 밭도 농지대장을 만들어야 해서 서류 처리하러 다녀오다.
간단하게 몇 자 쓰면 되는 줄 알고 5시가 넘어 갔다.
음...
내 사정과 형편이 있다면 그의 사정도 있을 테지.
6시가 다가오고 그들은 퇴근이 앞일 테다.
미안한 마음이. 내 일만 바빠 가지고는 그리 여유 없이 갔고나...
이번 계자 품앗이샘들 자리가 성기다 소문냈더니
여러 샘들이 무리를 해서라도 시간들을 밀고 당기고 있었다.
아리샘도 출장 가기 전 며칠을 냈다고 연락을 해왔네,
저마다 삶이 있고 살아낼 일들이 있을 것을
모다 고맙다.
그렇게 물꼬는 또 여름을 건너간다.
신위를 2개 만들게 됐다. 간밤에 하다가 멈춰둔 일.
뭐가 필요하다고 살 생각도 잘 안하지만 바쁘게 쓸 일 있어.
두텁고 빳빳한 종이로 만들었다.
받침대 위로 살짝 기울기를 주었다.
나무처럼 칠도 하였네. 설핏 보면 나무같이도 보이는.
이런 것도 작은 자립의 삶 같아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