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먹구름이 왔으나 소나기도 없었다.
172계자 엄마들도 보낼 반찬을 의논들 하고 있다.
그 목록이 오면 계자 장을 보는 일도 규모가 가늠될.
수진샘이 얼음 가는 수고를 덜라며 아이스크림을 넉넉히 보낸다 하기
팥 벌써 삶아놓았노라 하였네.
아이들이 팥빙수를 먹는 재미가 있거든.
‘어찌 기성품이 아스크림이 쨉이 되겄습니까 ㅎㅎ’
‘그게 물꼬. 시간을 들이고 공을 들이는.
사실 맛이야 기성품이 훨 맛나지.’
계자 준비주간 사흘째.
삼거리집은 아직 사람이 거할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간간이 드나들 일이 있을 때 보이는 대로 좀 치워도 놓고,
심하게 더러운 곳만 쓸고 닦았다.
계자도 끝나고 9월은 돼야 손이 좀 나겠지.
하지만 그 전에 냉장고는 써야겠다 싶었네.
가마솥방 냉장고가 불안불안 제 몫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부엌곳간에 있는 작은 냉장고가 원활한 것도 아니었다.
그야말로 어찌어찌 굴러가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삼거리집의 커다란 냉장고를 잘 활용하려.
뒤에 먹을 것을 거기다 넣어둔다든지,
특히 음료를 넣는 걸로, 또 얼음을 얼리는 걸로.
삼거리집 냉장고를 신나게 청소하는데,
더운 날 물을 쓰는 일은 재밌지,
아뿔사, 어느 순간 바닥이 흥건한 거다.
배수관이 밖으로 빠져 있었는데,
아무리 보아도 그것이 나가는 곳은 보이지 않고,
현관문을 열어 일단 밖으로 관을 빼서 썼다.
이런 건 현철샘이 좀 봐주어야겠네.
바닥을 닦아야지. 일이 늘어버렸더라.
저녁이 늦어졌네.
나오면서 현관에 발 하나 쳐두고 왔다.
우리가 우리 사정이 있듯 상대는 또 상대의 형편이란 있기 마련.
그러니 우리가 원하는 때 딱 어떤 일이 순조로울 수 없는.
글집과 여행자보험을 준비하면서,
특히 글집 인쇄소는 글집 원고 완성 전 미리 상황을 한 번 점검해보시라 했더니
정말 그렇더라는 휘령샘의 문자.
‘인쇄소 금요일부터 휴가라 저희 새벽 중으로 수정해서 메일을 보내놔야 할 것 같아요~!’
늦은 밤 확인하고 휘령샘한테 넘기기로.
02시가 넘어가고 있는데...
계자가 다가오면 이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