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19.물날. 싸락눈 스치다

조회 수 1134 추천 수 0 2006.01.20 13:24:00

2006.1.19.물날. 싸락눈 스치다

"양말 좀 신으시지?"
"날이 달라졌잖아. 이제 봄이에요, 봄."
아이는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온 동네를 돌아댕깁니다.
그래도 저녁답엔 겨울이 뒤채다 떨어뜨린 겐지
싸락눈이 스쳐갑디다.

"고사 지내야지요."
삼촌의 제안으로
어스름 녘 물꼬 차 두 대를 놓고 고사를 지냈습니다.
섣달에 났던 사고가 마음에 걸리셨던 모양입니다.
무탈을 비는 마음으로 식구들도 한데 모이고
고기도 한 점 떼고 떡도 나누고 곡주도 들이키자는 게지요.
달골 현장소장님이 진행을 맡으셨습니다.
제주쯤 되시려나요.

낮에는 가마솥방 난롯가에서 둘러앉아 마늘도 까고
누구는 매듭을 하고 누구는 피아노를 치고 누구는 책을 읽었습니다.
계자를 위해 장도 보러 나갔지요.
109 계자가 시작 되려나 봅니다.

계자를 위한 미리모임이 저녁 먹고 있었습니다,
품앗이 태석샘 지영샘 선진샘, 방문자 장영선님, 그리고 공동체식구들.
예다 참석치 못한 방문자 정상열님,
품앗이 세이샘 소희샘, 새끼일꾼 수진이형님과 미리형님이 더해져
열 넷 어른들이 낼부터 할 계자를 함께 하지요.
밤새 때야 할 나무보일러 아궁이를 위해
두어 분의 도움꾼들도 출현할 겝니다, 김천에서 서울에서.
(못 알아 들으셨을 라나요? 김천의 정모님과 평창동의 김모님이라고...)

잠 좀 자자며
새벽바람에 일어나서부터 쫑알쫑알대는 아이에게 뭐라 면박을 주었더니
아이가 그랬습니다.
"에이, 없는 것보다 낫잖아?"
그러게 말입니다.
물도 떠주고 안마도 해주고 큰 마당을 가로질러 말도 전하러 다니고
전화도 받고 노래도 불러주고 책도 읽어주고...
두어 달 어깨와 등이 불편하면서
밥값 못하고 사는 것만 같아 편치 않던 요즘이었더이다.
허나, 아무렴 없는 것보다 낫겠지요,
위로 삼습니다.
한편, 개인에게 가장 어려운 때에
또한 공동체의 진정한 의미가 되살아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데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846 2007. 2.13.불날. 흐리다 비 / 생명평화탁발순례모임 옥영경 2007-02-16 1380
845 2008. 5.23.쇠날. 흐림 옥영경 2008-06-01 1380
844 2008. 8.16-17.흙-해날. 창대비 옥영경 2008-09-11 1380
843 7월 12일 불날 맑네요 옥영경 2005-07-20 1381
842 2007. 2. 7.물날. 맑음 / 조릿대로 조리를 엮었지요 옥영경 2007-02-08 1381
841 2008. 5. 1.나무날. 맑음 옥영경 2008-05-16 1381
840 125 계자 닷샛날, 2008. 7.31.나무날. 비 온 뒤 옥영경 2008-08-09 1381
839 2007. 3. 4. 해날. 마른 비 내리는 위로 따순 바람 옥영경 2007-03-10 1382
838 2008. 4.29.불날. 맑음 옥영경 2008-05-16 1382
837 12월 29일 물날 맑음 아침, 눈발 아주 잠깐 옥영경 2005-01-03 1383
836 7월 15일 쇠날 맑은 가운데 반짝 소나기 옥영경 2005-07-21 1384
835 2007. 6.17. 해날. 맑음 / ‘전원생활’, 취재 옥영경 2007-06-28 1384
834 2007.12.23.해날. 흐림 옥영경 2007-12-31 1384
833 2012. 6.23.흙날. 날은 어찌 그리 절묘했던가 / 시와 음악의 밤 옥영경 2012-07-04 1384
832 10월 6일 물날 맑음 옥영경 2004-10-12 1385
831 2007. 3.30-31.쇠-흙날. 맑음 옥영경 2007-04-09 1385
830 2008. 6.21.흙날. 비 옥영경 2008-07-06 1385
829 2008.12. 8.달날. 질퍽거리는 길 옥영경 2008-12-26 1385
828 11월 12일 쇠날 흐림 옥영경 2004-11-22 1386
827 109 계자 여는 날, 2006.1.20.쇠날. 마르다 만 빨래 같은 하늘 옥영경 2006-01-21 1386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