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9. 7.나무날. 맑음

조회 수 543 추천 수 0 2023.09.28 12:00:09


삼거리밭에 예취기가 돌아갔다.

동네 한가운데 있어서 마을 사람 말고도 다들 아는 밭.

면의 산업계 직원조차, “, 그 밭요.” 하던.

뭘 키우는 건 둘째 치고 풀은 좀 잡아야 하는.

한켠에 무 배추 쪽파가 잎을 내밀고 있다. 망을 쳐놓았다. 고라니는 막아야지.

절반을 쳤고, 내일 이어가기로.

 

이젠 이런 소리를 할 데도 없고, 듣는 사람도 없고...”

평생 소리를 한 이의 한탄이었다.

심청가 가운데 가군의대목.

곽씨부인이 청이를 낳고 세상을 떠나며 유언하는 부분이다.

특히 진양조는 무대에서 부를 일이 퍽 드문 요새 세상의 빠름이라.

평생 먹은 마음이

눈 먼 남편을 봉양하다 혹 남편 먼저 세상 떠나면 초종장사 뒤 따라 죽으리라 했는데,

큰 절들 찾아다니며 사십 이후 낳은 딸을

젖 한번 못 물리고 얼굴도 채 못보고 죽게 된 어미라.

그 소리를 요새 내가 하고 있다. 한다기보다 공부하는 중.

다른 직업을 가진 채 하지만

이걸 업으로 하는 이들의 자리는 갈수록 줄 거라.

어떤 일이나 하면 할수록 그 맛이 깊어질 터인데

소리야 말로 참으로 엄청나다 싶다. 우리 소리(판소리), 참 좋다!

아이들에게 들려줄(가르치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기회가 많았으면.

좋은 유산이니까. 예술이니까.

 

비워둔 시골집에서 하룻밤을 묵어야 하는 일이 생겼다. 담양이었다.

습과 벌레와 어둠, 그리고 첫만남.

상황을 잘 모르기도 했고, 챙겨서 나설 상황이 아니었던지라

그곳 가까이에 있는 농협하나로마트에 들렀다.

시골 면소재지 그런 것 하나쯤은 있어 다행.

불을 켜자 방에 있던 도마뱀이 달아났다.

그래도 화장실은 재래식이 아니라 집안에 있더라.

요새 한 집에 냉장고 두세 대가 예사라더니

그 댁에도 김치냉장고까지는 없어도 큰 것 작은 것 두 대가 있었다.

사온 것들을 정리하고, 쓰레기봉투부터 입을 벌려놓아야 했네.

부엌에서 뭘 좀 챙겨먹으려고 하는 순간부터 비닐을 벗겨야 했으니.

멧골 사는 물꼬라 시골에서 쓰레기 처리가 더 어려운 줄 아는 까닭에

돌아가며 그건 다 실어오리라 하고.

포도 한 송이도 비닐, 떡볶이떡 한 봉지도 비닐, 옥수수알 캔, 식수 패트병, 달걀 종이판, ...

한 사람의 저녁이 그러했다.

내일 아침을 위한 것도 아직 있다. 두부 1모를 싼 비닐팩, ...

, 쓰레기들!’

입이 벌어질 만하다.

새삼 생각한다, 다니지 않는 게 생태적이라.

아니면 이래서도 도시락을 싸야.

잠시 놓치면 어느새 쌓이기 쉬운 쓰레기들이다.

그래서 또 말한다, “정신 차려야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5946 2007. 2.20.불날. 맑음 옥영경 2007-02-22 1414
5945 140 계자 닫는 날, 2010. 8.13.쇠날. 오후 한가운데 소나기 옥영경 2010-08-26 1413
5944 2009. 2.23.달날. 갬 / 멸간장 옥영경 2009-03-07 1413
5943 2008.10.25.흙날. 맑음 옥영경 2008-11-02 1413
5942 12월 16-7일, 새끼일꾼들 옥영경 2004-12-22 1413
5941 2008. 3.24.달날. 갬 옥영경 2008-04-06 1411
5940 4월 28일 나무날 시원찮게 맑음 옥영경 2005-05-08 1411
5939 2월 2일 물날, 김황평 사장님 옥영경 2005-02-04 1411
5938 2008. 7.26.흙날. 비 / 125 계자 미리모임 옥영경 2008-07-30 1410
5937 10월 29일 쇠날 맑음 옥영경 2004-10-30 1410
5936 2009년 4월 몽당계자 갈무리글 옥영경 2009-04-19 1409
5935 2006.5.5.쇠날. 흐린 오후 / 들놀이 옥영경 2006-05-11 1409
5934 2005.11.9.물날.맑음 / 쉬운 건 아니지만 옥영경 2005-11-10 1409
5933 103 계자, 5월 29일 해날 짱짱한 날 옥영경 2005-06-03 1408
5932 2007.12. 7.쇠날. 대설에 내리는 눈 옥영경 2007-12-27 1407
5931 2006.2.12.해날. 맑음 / 답 메일 옥영경 2006-02-13 1407
5930 2008.10.12.해날. 그럭저럭 맑은 옥영경 2008-10-20 1406
5929 2008. 9. 13-15. 흙-달날. 가끔 구름도 있던 한가위 연휴 옥영경 2008-09-26 1405
5928 2007.12.12.물날. 맑음 옥영경 2007-12-29 1405
5927 108 계자 사흘째, 2006.1.4.물날.흐림 옥영경 2006-01-05 1405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