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9. 8.쇠날. 맑음

조회 수 519 추천 수 0 2023.09.28 12:00:50


볕 좋다.

빨래 건조대를 꺼내 먼지를 털고 행주며 걸레며 수세미들이며를 널었다.

담양의 한 한옥에서 맞은 아침이었다.

찻방을 치워내고 마당의 수반에 물을 채웠다.

차를 달였다.

소리꾼들이 왔다.

한 분은 모임 때마다 번번이 김치며 반찬을 챙겨온다.

여름 끝물의 고구마순이며 열무며 깻잎이며들이 맛나다.

그리고 또 남도의 김치를 얻어온다.

그곳 말로 징허게 개미지다(게미지다?)’는 김치.

맛나다라는 의미로는 모자란다.

먹으면 먹을수록 자꾸 당긴다? 맛이 깊다?

 

볕 좋은 마루에서 소리 연습을 하고,

차를 달여 마시고,

밥을 해서 먹고 돌아왔다.

고속도로에서 두 차례나 사고를 목격했다.

한 번은 그 현장이 채 치워지지 않아 차량 세 대가 찌그러진 걸 보기도.

사람의 일이란, 별일 없음이 자주 고마운.

그대, 안전하시라.

 

오는 길에 속리산 아래 들렀다.

벗이 저녁밥을 내놓았다. 식당이었다.

산채비빔밥을 먹는데, , 병의 뚜껑이 열리며 고추장이 쏟아졌다.

몇 걸음 곁에서 그걸 보았던 일하는 친구가 다가왔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다시 가져다 드릴게요.” 했다.

몸에 밴 친절이었다.

그냥 먹겠다 했다. 밥을 한 공기 더 가져다주었다, “짤 텐데...” 하며.

다시 그곳을 갈 일 있다면 그 식당을 가지 싶다.

기분 좋은 친절이었다.(하기야 친절이란 게 대체로 기분 좋음을 불러일으키네)

다시 찾을 만하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1226 2019.11.13.물날. 아침안개, 흐린 오후, 그리고 밤비 / 그게 다가 아니다 옥영경 2019-12-31 495
1225 2024. 2. 8~9.나무~쇠날. 맑음 옥영경 2024-02-13 494
1224 2022학년도 여름, 170계자(8.7~12) 갈무리글 옥영경 2022-08-24 494
1223 2021. 9.11.흙날. 맑음 / 봉창 옥영경 2021-10-28 494
1222 2020. 3. 8.해날. 맑음 옥영경 2020-04-12 494
1221 2019.12.28.흙날. 맑음 옥영경 2020-01-17 494
1220 2024. 1.14.해날. 맑음 옥영경 2024-01-29 493
1219 2022. 4. 1.쇠날. 맑음 / 설악산 아래·1 옥영경 2022-04-28 493
1218 2021.11.13.흙날. 해와 구름이 번갈아 드는 옥영경 2021-12-22 493
1217 2020. 2. 3.달날. 맑음 옥영경 2020-03-05 493
1216 2023.11.28.불날. 맑음 옥영경 2023-12-12 492
1215 2023. 9. 9.흙날. 맑음 / 설악행 첫날 옥영경 2023-09-28 492
1214 2021.12. 8.물날. 맑음 / 겨울 계자 신청 문열다 옥영경 2021-12-31 492
1213 2020. 5. 9.흙날. 종일 오락가락하며 추적이는 비 옥영경 2020-08-07 492
1212 2020. 3.13.쇠날. 맑음 옥영경 2020-04-13 492
1211 2019.11.27.물날. 흐림 옥영경 2020-01-10 492
1210 2023.10. 6.쇠날. 맑음 옥영경 2023-10-23 491
1209 2023. 9.15.쇠날. 비 내리다 더러 해 옥영경 2023-09-30 491
1208 2022. 3.31.나무날. 흐리다 밤비 살짝 옥영경 2022-04-28 491
1207 2022. 1.20.나무날. 대한(大寒), 흐린 하늘 / 아, 두부 하나에 상자 하나 옥영경 2022-01-28 491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