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종일 내리고,
올해 낼 책의 원고는 진척이 없고, ...
할 말이 있어서 시작한 글이고,
할 수 있어서 시작한 글이고,
해야 해서 시작한 글인데,
길을 잃고 헤맨다.
1차 마감 9월 18일이 낼모레.
‘사람이 남의 말을 쉽게 믿는 데는 두 가지 조건이 있는데
그게 듣고 싶은 말이고 또한 여러 사람이 그 말을 할 때‘라나.
아들이 보내온, 다른 이가 쓴 글월 하나였다.
히말라야 군락을 드나들고,
부탄에도 관심 많고,
돈을 넘은 행복에 역시 늘 귀를 쫑긋거리는 엄마인 줄 아니까.
부탄이 세계 행복지수 1위라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부탄은 세계 행복지수 집계에서 1위를 한 적이 없단다. 이런!
언제부터 어디서부터 부탄은 그렇게 한국 사람들 입에 안착했나?
올 2월에도 한 신문은 그리 썼다,
2010년 유럽 신경제재단(NEF)의 행복지수 조사를 인용하면서, 행복지수 1위 국가 부탄.
그런데 그 시점에 나온 NEF의 행복지수 발표는 없었단다!
추정하자면, 1972년 부탄 정부에서 집계해 발표한 국민총행복지수(GNH)가 있었다네.
부탄왕실이 자국민에게 직접 물어보니 97명이 행복하다 했다는.
처음 강원일보에서
2011년 2월 9일자에 NEF조사라며 부탄 국민 100명 중 97명이 행복해했다고 쓴 것은
‘97’이라는 구체적 숫자로 보건대 여기서 혼동을 일으킨 게 분명해 보인다.
그렇게 아무런 의심 없이 무려 2023년 2월까지 언론은 복사, 붙여넣기를 계속해 온 것이다.
특히 그 즈음 언론은 이 행복지수 인용구에 관심이 많았다지.
이명박 정부 시절 진보 진영의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감이 치솟던 때.
돈이 아닌 행복이 중요하다는 주장에 활용하기 좋았던 건.
그 즈음 한겨레에서만 부탄은 행복지수 1위를 네 번이나 기사에 썼다고.
‘신경제재단이라는 홈페이이지를 한번이라도 검색해보거나
부탄의 GNH가 뭔지를 찾아왔으면 일어나지 않을 일이다.
이걸 다 찾는데까지 점심 래려드 먹으면서 아이폰으로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글의 제목은 ‘거짓말이 상식이 되는 방법’이었다.
우리는 얼마나 쉬 정보를 그대로 믿어버리는지.
그것이 언론으로부터 온 거라면 더욱.
그래서 교차 체크가 필수라. 또한 통찰을 요구하기도 하는.
통찰을 키우는 과정이라면 읽기, 그리고 생각하기일.(토론도 있겠지)
여튼 저 옛날 입으로 돌던 소문처럼 이 시대도 실상 그리 굴러가고 있었네.
중구삭금(衆口鑠金), 뭇사람의 말은 쇠도 녹인다지.
여러 사람의 말은 큰 힘이 있다는, 긍정으로도 부정으로도 쓰일 낱말이겠다.
사는 일이 갈수록 말을 않게 하네, 그려...